[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박미희 감독 '파격 재계약'에 감춘 흥국생명 '두 얼굴'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흥국생명이 박미희 감독과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최하위에 머문 흥국생명이 박미희 감독과 다시 한번 손을 잡으면서 ‘파격 행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뒤에는 흥국생명의 두 얼굴이 숨겨져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16일 박미희 감독과 재계약을 맺으면서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부상으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부드러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또한 2016~2017시즌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공로를 인정했다”고 재계약 이유를 전했다.

그런데 박미희 감독과 재계약을 맺으면서 코치진과는 모두 결별했다. 지난 시즌까지 박미희 감독을 보필하며 팀을 이끈 김태종 수석 코치를 필두로 신동인 코치, 이광득 코치는 지난 시즌 종료 직후 모두 짐을 싸서 팀을 떠났다. 배구계 관계자는 "그룹 수뇌부에서 박미희 감독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지난 시즌 최하위에 대한 책임이 필요했고, 이에 구단 주도 하에 코치진 물갈이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 측이 코치진에 재계약 불가 통보를 내린 것은 지난 시즌 종료 시점이다. 시즌을 마친 시점에서 이미 코치진에는 재계약 불가 통보를 내린 것이고, 이때 이미 박미희 감독과 재계약하겠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직후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신동인 코치는 차해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코치로 합류했고, 이광득 코치는 선명여고에서 배구 유망주를 지도한다.

프로스포츠 판에서 감독만 재계약을 하고 코치진을 물갈이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감독 교체 이후 교치진 개편이 일반적이다. 감독과 코치진 간의 호흡이 중요하기 때문에 감독에게 전권을 주게 마련이다. 이를 프런트에 컨트롤 한다는 것은 프런트가 주도하는 배구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코칭스태프 선임 여부의 문제만은 아니다. 선수단 정리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드러냈다. 지난 시즌 도중 흥국생명에서 타 구단으로 이적한 A선수는 “트레이드 사실을 언론 뉴스를 통해 접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갑자기 지인들에게 연락이 쏟아졌고, 이에 기사를 검색했더니 트레이드가 이미 결정 난 상태더라”며 “당시 너무나 혼란스럽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뿐만이 아니다. 프로배구계 한 관계자는 “시즌 도중 트레이드 얘기가 나왔고 대략적인 협상이 이뤄졌다. 그런데 갑자기 보류하자고 하더라. 이후 다시 트레이드 얘기가 나왔는데, 다시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 그래서 트레이드가 끝났다고 판단했는데, 이후 다시 트레이드 얘기를 하자고 했다”며 “결국 그 트레이드는 결렬됐다”고 혀를 찼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잦은 부상을 성적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자유계약(FA)에 따른 선수 수급 과정에서 국내 톱클래스 리베로 2명을 동시에 영입하는 등 행정력 부재가 더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감독 재계약, 코치진 전원 결별, 선수 트레이드 사건까지 두 얼굴을 가진 흥국생명의 행정력이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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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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