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한식과 천도재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를 꽉 채운 차량들과 가족들과의 만남은 명절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긴 연휴도 주어지기 때문에 피곤한 일상에서 한숨 돌리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4대 명절이 있었다. 지금은 설날과 추석 외에는 명절로 생각하지 않지만 한식과 단오도 명절의 하나였다. 그중에서 한식은 양력으로 4월6일 무렵에 들어있다. 동지부터 105일 되는 날이 한식인데 글자 그대로 불의 사용을 금지하고 찬 음식을 먹는 날이다.

한식은 때로는 음력으로 2월에 들기도 하고 3월에 들 때도 있다. 2월에 한식이 들면 그 해에 좋은 일이 있다고 여기고 3월에 들면 일부 지역에서는 사초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식 때의 중요한 풍습은 조상을 숭배하는 것이다. 왕실에서는 종묘제향을 지냈고 민간에서는 조상들의 묘에 성묘를 하고 허물어진 부분을 보수하는 사초를 했다. 필자는 한식이 되면 꼭 만나는 사람이 있다.

이 즈음에 어김없이 상담을 청하는 오십대 후반의 남자 사업가가 그 사람이다. 그 남자는 십여 년 전부터 한식이 되면 부모를 위한 천도재를 꼭 올린다. 천도재는 불교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의 영혼을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치르는 의식이다. 열반에 든 사람의 명복을 비는 것은 물론이고 영가가 좋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대표적인 게 49재이고 100일재, 그리고 소상과 대상도 천도재의 하나이다. 모든 사람들이 올리는 49재는 이렇게 불교의식으로 시작됐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관습적으로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사회적 의례로 자리를 잡았다.

그가 매년 천도재를 올리는 이유는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학업에 뜻이 없던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놀기만 하다가 대학에 가지 못했다. 군대를 다녀왔지만 특별히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빈둥거리며 세월을 보냈다. 그런 아들이 걱정됐던 부모는 집을 담보로 해서 장사밑천을 대줬다. 경험도 생각도 없던 그가 밑천을 까먹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몇 번이나 장사를 실패하면서 집안은 더 기울어졌다. 아들의 거듭된 실패에 부모님은 노후에 고생고생 하시다 세상을 떠났다. 그가 장사 수완을 익히고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도 그 때쯤 이었다. 자기만의 노하우를 만들고 나니 장사는 일취월장이었다. 지금은 사업가로 성장했지만 그는 항상 부모님에게 죄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자기 때문에 숱한 고생을 하시다 돌아가시고 이제야 모든 걸 해드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렇지만 부모님은 옆에 계시지 않는다. 그게 그렇게 한탄스러웠다. 마음에 빚이 가득한 그가 선택한 것은 매년 한식이 되면 부모님을 위한 천도재를 지내는 것이었다.

천도재를 사람이 세상을 떠난 직후에만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 언제라도 상관은 없다. 부모님에 대한 아름다운 효심을 가진 그의 마음이 있기에 한식이 더 뜻깊게 생각된다. 그의 간절함은 분명 하늘에 닿을 것이다. 효심의 기원을 받는 부모님의 영가가 좋은 곳으로 갔을 것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김상회의 풍경소리 (02-533-8877)에서는 부산·경남지역의 애독자들을 위해 매주 토요일 부산에서 상담을 진행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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