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손흥민, 고립&무득점에도 ‘고평가’ 받을 이유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손흥민(25·토트넘)은 역시 손흥민이었다. 도움 1개 포함 한국이 폴란드를 상대로 기록한 2골에 모두 관여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상대 집중 견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해법을 조금씩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은 28일 폴란드 호주프에 위치한 실롱스키 스타디온에서 열린 한국-폴란드의 평가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팀은 아쉽게 2-3으로 패했지만, 팀 공격진을 책임진 손흥민은 1어시스트 포함 한국이 터트린 2골에 모두 관여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24일 북아일랜드전, 그리고 이날 폴란드전까지 손흥민을 최전방과 측면, 2가지 포지션에 배치하면서 다양한 전술을 실험했다. 이는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역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이와 더불어 집중 견제가 예상되는 손흥민을 좀 더 자유롭게 만들어주려는 방법을 찾고 있다. 실제 신 감독은 이번 2차례 평가전에서 3-4-3, 5-4-1, 4-4-2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두루 실험하면서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나 손흥민 활용법 찾기를 위한 전제조건이 무너지면서 실험을 온전하게 진행하지 못했다. 우선 수비진이 무너졌다. 이번 2차례 평가전에서 총 5실점을 허용했다. 중앙 수비수 장현수는 강점이 분명한 수비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를 저지르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김민재는 이번 평가전에서 경험 부재가 확실히 드러났다. 홍정호는 아직 완벽한 경기력이 아니며, 윤영선은 검증 절차가 더 필요하다.

수비가 무너지면서 중원의 빌드업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폴란드전을 살펴보면 패스를 차단한 뒤 역습을 위한 빌드업을 빠르게 시도해야 하는데, 상대 강력한 압박에 밀려 서둘러 최전방으로 롱패스를 찌르는 장면에 다수 연출됐다. 부정확한 롱패스에 손흥민은 무의미한 뜀 걸음을 반복하며 체력만 소진했다.

이 2가지 전제조건이 성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흥민이 할 수 있는 플레이는 그리 많지 않다. 개인 능력에 의존한 플레이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상대 집중 견제까지 받아야 했다. 이미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은 상대 팀의 경계대상 1호이다. 폴란드 수비진 역시 손흥민이 공을 잡으면 기본 2명, 상황에 따라 3~4명의 선수가 달라붙었다. 표면적으로 손흥민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손흥민은 스스로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 홀로 무리하게 돌파를 시도했던 모습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이날 손흥민은 최전방 지역에서 공을 소유한 뒤, 패스를 주고받을 동료가 보이지 않으면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했다. 일단 슈팅까지 마무리하면서 중원과 수비진이 재정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줬다.

다음은 자신에게 더블 마킹이 들어오면 볼을 발재간으로 홀딩한 뒤 공간이 빈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최근 소속팀 토트넘에서 연계플레이에 조금씩 눈을 뜬 손흥민이 대표팀에서도 같은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대목이다. 폴란드전에서 터진 2골 모두 손흥민의 이러한 플레이에서 파생됐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손흥민은 후반 40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3~4명의 수비수를 끌어모은 뒤 뒤편에 위치한 이창민에게 패스를 살짝 내줬다. 덕분에 이창민은 상대 견제 없이 과감하게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고, 결국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42분에도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상대 수비를 집중시킨 뒤 왼쪽 깊숙이 침투하는 박주호에게 날카로운 침투패스를 찔렀다. 이를 박주호가 다시 컷백 크로스로 올렸고, 이를 쇄도하는 황희찬이 슈팅으로 연결해 결국 동점을 만들었다.

이번 2차례 평가전을 통해 고립된 손흥민은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수비안정화와 중원 빌드업이 자리를 잡으면 현재보다는 훨씬 날카로운 공격을 진행할 수 있다는 해답도 찾았다. 여기에 연계플레이로 상대 집중 견제를 풀어가는 해법도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 손흥민이 이번 2차례 평가전에서 무득점에 그쳤지만, 고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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