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의 진화, FA 대박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스포츠월드=사직 이지은 기자] 손아섭(30·롯데)의 진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손아섭은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LG와의 시범경기에서 2번 타자 및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성적표는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특히 첫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마수걸이 홈런을 때려내며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고무적이다. 상대 선발 투수는 올 시즌 처음 한국 무대에 입성한 외인 타일러 윌슨으로, 아직 컨디션이 100%는 아닐지라도 LG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필승 카드 중 하나였다. 특히 1B-2S로 볼카운트가 불리하게 몰린 상황에서도 상대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똑바로 오지 않고 볼 끝이 지저분하다"는 평을 듣는 상대의 주 무기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한 결과물이었다.

손아섭은 지난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 고지를 넘겼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10년 동안 최고 홈런 기록은 2014년 18홈런. 본격적으로 1군 경기를 뛰기 시작한 2009년 이후 두 자릿수를 넘기지 못한 건 2012년뿐이지만, 늘 15개 내외에 머물렀던 건 분명 고민스러운 부분이었다. '장타자'라는 옷이 자신에게 어울리느냐를 두고 주변에서는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러나 손아섭은 더 큰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홈런이 필요하다는 제 신념을 믿고 따랐다. 지난해 방망이에 테이핑해서 지지대를 만든 이유도 손목을 끝까지 돌려 장타를 더 생산하고자 스스로 연구한 것이었다.

롯데는 이번 비시즌 손아섭에게 리그 역대 내부 FA 최고 대우(4년 총액 98억 원)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자신의 인생에서 큰 관문을 훌륭히 넘어선 셈이지만, 손아섭에게 만족은 없다. 스프링캠프에 앞서 필리핀을 찾아 자진해서 몸을 만들었고, 전지훈련에서 출전한 연습경기 4경기에서도 타율 0.375 8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에 홈런까지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손아섭은 "가운데로 실투성 공이 들어왔던 게 홈런이 됐다"라며 자신이 만든 홈런을 그저 운에 돌렸다. 오히려 "아직 컨디션은 80% 정도다. 남은 시범경기를 통해 100% 컨디션을 만들어 시즌에 임하겠다"라는 각오를 앞세웠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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