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엿보기] 이해창은 어떻게 8년 만에 등번호 ‘52번’을 되찾았을까

[스포츠월드=샌버나디노(미국) 이지은 기자] “제가 그동안 입지가 아무래도…”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등번호’는 자신의 운동 철학을 담는 매개체다. 단순히 자신의 이름을 따 13번을 택한 장원삼(삼성), 롤모델인 이승엽(은퇴)의 등번호를 따 36번을 택한 이형종(LG) 등 사연도 다양하다. 의미가 큰 만큼 한번 결정한 번호는 쉽게 바꾸지도 않는다. 하지만 지난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샌 마뉴엘 구장에서 열린 마이너리그 연합팀과 평가전에서 이해창((31·kt)은 바뀐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이해창은 한양대 시절 쓰던 등번호 ‘52번’에 대한 애착이 있다. 시작은 포수를 상징하는 숫자 ‘2’ 때문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린다”라는 52를 제외하면 92까지 모두 따져봐도 마음에 드는 번호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7라운드 50분위로 넥센 지명을 받은 뒤 1군 붙박이 포수로 자리매김한 2017시즌까지 단 한 번도 이 번호를 써본 적이 없다. 그 사이 소속팀은 kt로 바뀌었지만, 빈자리가 있었음에도 이해창의 몫이 되진 않았다.

안 했다기 보다는 못했다는 표현이 맞다. 넥센 시절에는 1년만 쓰고 돌려주겠다는 말을 믿고 선뜻 동료에게 넘겼지만, 그는 “이 번호를 쓰고 야구가 이렇게 잘된 적이 없다”라며 미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렇게 넥센의 52번은 박병호로 굳어졌다. kt로 이적한 후에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2015년에는 외인 타자 댄블랙의 몫, 2016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프로 데뷔한 남태혁에게 팀이 이 번호를 직접 하사했다.

마침내 2018시즌 이해창은 52번을 달게 됐다. 2017시즌을 앞두고 “3홈런만 치면 다시는 뺏지 않겠다”라고 남태혁과 약속을 했지만, 2홈런에 그치는 결과가 나오면서 ‘정당하게’ 등번호를 바꿀 수 있었다. 후배 역시 “내가 달고 싶은 번호는 따로 있다. 이 숫자에는 크게 애착이 없다”라고 흔쾌히 넘겨주면서 8년간의 추격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맺었다.

인제야 “솔직히 자존심이 상했다”라고 웃으며 털어놓지만, 당시 이해창으로서는 남몰래 속앓이했던 이야기다. “내가 거의 2군에 있었지 않았나. 3년 동안 번호를 바꾸고 싶다고 이야기해도 구단으로부터는 이미 끝났다는 말만 돌아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큰소리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라며 “그래도 그동안 숫자로 보이는 성적이나 연봉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오다 보니 번호를 바꿀 명분도 생긴 것 같다. 원하는 번호를 얻었으니 올해는 더 잘해야만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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