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스노보드의 김연아’ 꿈꿨던 이상호, 꿈을 현실로 만들다

[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배추보이’ 이상호(23‧한국체대)가 한국 대표팀에 설상 종목 첫 메달을 안기며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그동안 동계올림픽에서 빙상 종목에서 강세를 보였다. 상대적으로 설상 종목의 전력은 취약했고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 밖에 있었다.

절치부심하며 준비했던 평창 대회에서도 큰 성과는 없었다. 스노보드의 최재우, 바이애슬론의 티모페이 랍신 크로스컨트리의 김 마그너스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나름 선전을 펼쳤지만 메달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2017년 터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평행대회전 2위에 빛나는 이상호가 대회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라고 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호는 보란 듯이 한국 최초의 설상 종목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상호는 24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네빈 갈마리니(스위스)에 0.43초 뒤져 2위에 올랐다. 비록 목표했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그 어떤 금메달 보다도 값진 은메달이었다.

과정은 무척 극적이었다. 같은 날 오전 예선에서 3위로 16강 토너먼트 행을 확정 지었던 이상호는 16강전에서 드미트리 사르셈바에프(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를 0.54초차로 따돌렸다.

8강전에서도 베냐민 카를(오스트리아)를 0.94초 차로 누르고 4강에 올랐다.

메달을 눈앞에 둔 4강전은 이번 남자 평행대회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이상호가 예선 2위였던 얀 코시라(슬로베니아)를 0.01초 차로 꺾고 결승행을 확정 지었기 때문이다. 막판 스퍼트가 빛을 발했다. 비록 결승전에서는 아쉽게 무릎을 꿇었지만 이상호의 분전은 한국팬들을 감동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초등학교 1학년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처음 타며 시작됐던 이상호의 도전기가 은메달로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대회 전 이상호는 ‘스노보드의 김연아’를 꿈꿨다. 이상호는 “김연아 선수가 있기 전 ‘피겨 스케이팅’은 비인기 종목이었다. 하지만 김연아의 활약으로 한국에서 피겨는 어느새 인기 종목이 됐다. 김연아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사람이다. 나 역시 그런 선수가 돼 ‘스노보드’를 알리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배추 보이’에서 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된 이상호는 금메달이 없이도 충분히 스노보드의 김연아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 역시 평창 대회를 통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주인공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swingman@sportsworldi.com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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