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평창다이어리] 나서기 좋아하는 어르신, 전부 어디갔나요

[스포츠월드=강릉 권영준 기자] ‘한국 체육계 어르신들, 전부 어디 가셨나요?’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한국 체육계 어르신들이 총출동했다. 경기를 막 마친 선수에게 달려가 얼싸안으면 감격스러운 장면을 연출했고,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면 활짝 웃었다. 순수하게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나섰다는 이분들, 사라졌다. 논란을 넘어 파문이 일어나고 있는 장소에 이 어르신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 체육계의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전에서 나선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국체대) 노선영(콜핑팀)은 엉망인 팀 조직력으로 7위에 머물렀다. 특히 경기 후 김보름은 노선영을 저격하는 인터뷰를 했고, 이 과정에서 활짝 웃어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 문제는 선수 개개인의 불화를 넘어 빙상계를 둘러싼 파벌 싸움이라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체대와 비(非) 한국체대' 출신의 차별이 존재하고, 그 안에 빙상계 거목 전명규 대한빙상연맹 부회장과 반(反) 전명규파의 파벌 싸움이 수면 아래서 충돌했다는 것이다.

이 파문을 바라보는 외신의 눈도 예사롭지 않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 왕따 스캔들이 터졌다”며 “50만명 이상이 특정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 달라는 청원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USA투데이, 뉴욕포스트,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메일도 이 사안을 깊이 있게 다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마크 애덤스 I0C 대변인은 “이 사안은 대한빙상연맹이나 대한체육회가 조사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빙상연맹,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들은 뒤로 숨은 채 전면을 나서지 않고 있다. “이분이 누군지 아냐”고 소리치며 자원봉사자에게 고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번 스피드스케이팅 파문과 관련에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 사실 빙상연맹이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벌, 규정 오역에 따른 선수 출전 무산 등의 문제가 드러났지만, 이와 관련해 체육회 차원에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빙상연맹 고위관계자도 마찬가지. 왕따설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전면에 나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기 당일 선수를 잠에서 깨워 연설했다던 임원은 어디 갔을까. 논란의 당사자인 김보름과 노선영만 혼돈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물론 김보름의 인터뷰 자세는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관했던 고위관계자들의 잘못이 더 크다. 진짜 반성해야 할 사람들은 이들이다.

한국 체육계 어르신들이 전면에 나설 차례다. 이들이 나서지 않으면 현재 파문과 논란은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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