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신태용 감독, 불분명한 노선… 정립 필요하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1년 정도 실전 경기를 뛰지 못한 선수를 이적했다고 선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신태용(48)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22일부터 터키 안탈리아 동계 전지훈련에 참여할 대표팀 선수 명단을 발표하면서 ‘출전’이라는 기준을 명확하게 세웠다. 신 감독이 강조한 출전이라는 기준은 경기력과 연결된다. 이는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한국 축구가 적자생존의 정글 같은 월드컵 본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경기력을 최고 단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팀 전력도 강해진다. 현재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인 이재성(전북)과 유럽에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월드 클래스’ 레벨 공격수로 진화하고 있는 손흥민(토트넘)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명단에서 홍정호(전북)와 박주호(울산)가 빠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정호와 박주호는 지난 시즌 팀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되면서 출전 기회가 극히 드물었다. 당연히 대표팀에서도 멀어졌다. 반전이 필요했던 두 선수 모두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K리그 입성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대표팀 합류의 명분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하다. 이에 신 감독은 이들을 명단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3월 K리그 개막 시기 직접 경기장을 찾아다니며 세밀하게 관찰하겠다. K리그 경쟁에서 이겨달라”고 강조했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신 감독이 직접 언급한 ‘출전’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선수가 이미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미드필더 김성준(FC서울)이다. 김영권은 지난 2017시즌 4경기 출전에 그쳤다. 마지막으로 출전한 경기가 10월29일 허베이전이었다. 최근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성준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FC서울 유니폼을 입긴 했지만, 지난해 8월12일 인천전 출전이 마지막 공식 경기 출전 기록이다. 특히 김성준은 지난 12월 일본에서 열린 ‘2017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명단에 포함된 바 있다. 당시 신 감독은 “중원에서 쓰레기 청소부 역할을 해줄 선수”라며 “현재 이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다”고 선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김성준은 이 대회 풀리그 3경기에서 단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두 선수의 능력을 꼬집는 것은 아니다. 김영권은 상대 패스 차단과 왼발에서 나오는 빌드업으로 한국 축구에 기여한 바가 크다. 대표팀 수비진 강화를 위해 필요한 자원은 분명하다. 김성준 역시 자신을 희생하면서 팀을 위해 궂은일을 해줄 수 있는 미드필더이다. 신 감독이 그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강점은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이 전제 조건으로 깔렸을 때 성립한다. 홍정호와 박주호도 마찬가지다. 홍정호와 박주호를 이번 명단에서 제외한 잣대를 세우자면 김영권과 김성준도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선수 선발은 감독의 몫이다. 모두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대표팀 명단은 없다. 같은 능력, 또는 능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감독의 전술에 최적화된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대표팀 명단 작성의 기준을 세웠다면, 그 기준에 모두가 부합하는 명단을 구성해야 한다. 동계 전지훈련이 말 그대로 ‘실험’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선수 선발에서는 같은 노선을 타야 한다. 출전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경기력을 강조하면서도 그 안에서 오류가 발생한다면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고스란히 신 감독의 감당해야 할 부담으로 연결된다. 명확한 노선이 필요하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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