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수원 삼성 '박주호 미스' 핵심 '독불장군 단장체제'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홈경기에서는 청바지를 입어요."

수원 삼성 프런트에 특명이 떨어졌다. 홈경기 당일에는 직원 모두 청바지를 입으라는 지시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팬들에게 친근하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리더부터 움직였다. 청바지를 입고 팬들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고, 구단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석명 전 수원 삼성 단장의 이야기이다.

이 전 단장은 2012년 6월 위기에 빠진 수원을 구하기 위해 축구단 5대 단장으로 취임한 후 3년6개월 동안 팀을 진두지휘했다. 이 전 단장은 퇴임하면서 "나는 실패한 단장"이라고 자신을 낮췄지만, 수원 삼성이 '명가의 자존심'을 지킨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삼성전자 중국 본사 전무로 ‘인사통’ 기업인인 이 전 단장은 기존 프런트와의 융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축구를 좋아했지만, 프로구단 운영에 있어서 문외한이었던 이 전 단장은 기존 프런트의 생각을 존중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다. 물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결과물로 드러났다. 우선 서정원 감독에 대한 100% 신뢰를 바탕으로 똘똘 뭉쳤고, 그 결과 2014~2015시즌 연속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경기장 밖에서는 '건강한 프로'를 만들기 위해 관중 전면 유료화를 도입해 유료관중 비율 90%라는 K리그 역사에 획을 그을 수치를 남겼다. 구단의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하며 예산 삭감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이 전 단장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쳤다.

2015년 12월. 박창수 제일기획 상무가 이 전 단장의 후임으로 구단에 합류했다. 구단 운영의 실질적인 책임을 맡아야 할 박 단장 역시 프로축구에 있어서 문외한이었지만, 오히려 소통은 뒷전이었다.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독불장군식 리더십으로 프런트를 장악하려 들었다.
결과로 드러났다. 수원은 2016시즌 부진을 거듭한 끝에 구단 창단 이후 사상 처음으로 스플릿시스템 그룹B로 내려앉는 수모를 겪었다. 2017시즌에도 가까스로 ACL 출전권을 획득했다. 유료관중 비율도 살펴보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0일 발표한 유료관중 비율 90.1%를 기록했다. 이 전 단장 시절 이후 2년 동안 0.1% 상승했다. 포항(96.4%), 전남(93%)에 추격을 허용한 것은 그만큼 수원 삼성이 정체 중이라는 반증이다.

2016년 10월2일로 거슬러 올라가자. 당시 수원 삼성은 수원FC와의 '수원더비'에서 4-5로 패했다. 팬들은 성토했고, 박 단장은 "시즌이 끝난 후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그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얼렁뚱땅 넘겼다. 올 시즌에도 지난 10월 FA컵 4강전에서 열차 시간에 맞추기 위해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김준식 사장과 함께 경기장을 떠나 팬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단이 피땀을 흘리며 혈투를 펼쳤지만, 구단 리더들은 열차 시간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다. 결국 팀은 패했다.

이 사이 프런트 내부의 갈등은 골이 깊어졌다. 최근에는 모기업 인사가 나기도 전에 조직 개편을 시행하는 등 잡음을 냈다. ‘불신의 시대’가 열린 수원 삼성은 하나둘씩 인재를 잃어가고 있다. 수원의 상징인 고종수 코치가 대전 감독으로 떠났다. 조나탄과 이용래가 곧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산토스와 김민우도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런데 전력 보강은 박형진이 유일히다. 이마저도 지난 시즌 중반 최성용 코치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발품을 팔아서 만든 영입이다.

박 단장의 치명적인 실책은 박주호 영입 실패이다. 이적 시장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수원 삼성의 박주호 영입에 막판 태클을 건 것이 박 단장이라는 귀띔이다. 박주호의 에이전트는 도르트문트에서 방출 통보를 받은 직후 K리그 구단 입단을 타진하기 위해 복수 기업 구단에 프로필을 제시했다. 수원을 필두로 울산 현대와 한 지방 기업 구단이 속해있다. 이 가운데 협상에서 가장 앞서있던 것이 수원이었다. 사실상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 그런데 박 단장이 찬물을 끼얹었다. 박 단장은 박주호 측과 협상을 하면서 2+1년 등을 제시하는 등 계약기간을 두고 믿음을 주지 못했다. 몸값도 계속 낮췄다. 1~2억원 이상을 깎았다는 것이 후문이다. 박주호 측에서 연봉에 대한 부분은 이해하기로 했지만, 계약기간에 대한 부분에서 신뢰가 완전히 떨어졌다. 이때 4년 계약 카드를 제시한 울산 현대로 선회했다.
선수 측에서는 당연한 논리이다. 30세의 박주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K리그 정착이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계약 기간이 필요하다. 물론 박주호가 4년 동안 그에 걸맞은 활약을 펼칠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울산은 선수에게 충분한 믿음을 심어줬고, 선수는 더욱 안정적으로 K리그에 정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박주호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도르트문트의 시스템을 몸으로 익혔다. 차후 코칭스태프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을 고려하면 4년 계약이 결코 손해 보는 선택이 아니다.

박 단장은 당장 눈앞의 리스크만 생각한 채, 구단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것이다. 최근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한 제일기획은 2018시즌 축구단 운영을 단장 체제로 이끌어 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독불장군식 구단 운영을 하고 있는 박 단장 체제에서 수원 삼성의 ‘명가 재건’은 꿈에서나 가능할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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