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무비] '강철비' 묵직하지만 재밌게…'휴전국가'의 현실을 만나는 법

[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글보다 영상이 더 빨리 강하게 와 닿는 경우가 있다. 양우석 감독의 영화 ‘강철비’가 그렇다. 강철비는 ‘분단국가’라는 한 단어를 순식간에 피부로 느끼게 만드는 영화다.

‘강철비’는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넘어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북한의 선전포고와 남한의 계엄령, 제2차 한국전쟁의 발발이 예상되며 한반도 내에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 두 나라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들에까지 위기감이 최고조로 끌어올려진다. 북한의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가 한반도 내 전쟁 발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전쟁의 위기는 극을 향해 치닫는다.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까.

‘강철비’를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라고 소개하는 것은 매우 표면적인 부분만을 설명하는 가벼운 타이틀이다. 물론 규모가 크고 완성도가 높은 액션을 원하는 관객에게도 추천할만한 영화임은 틀림없다. 다만 ‘강철비’가 가진 것은 그 이상이다.

양 감독은 국제적으로 가장 민감하고도 뜨거운 이슈인 ‘북핵’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배치했다. 여기에서 ‘강철비’의 첫 번째 차별점이 드러난다. 분단 상황이 단순히 이야기의 발단을 위한 배경으로만 쓰여 온 앞선 영화들과는 달리, 북핵과 2차 한국전쟁 위기라는 현 상황과 연결된 직접적인 문제들을 그리면서 분단 상황을 핵심적으로 풀어가게 된다.

우선적으로는 ‘강철비’라는 실존하는 미국의 다연장로켓 발사체계인 MLRS의 별칭을 뜻하는 강렬한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각종 유사 전쟁 상황이 등장하면서 대한민국에 발 디디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공포감을 선사한다. 그리고는 이에 맞물려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적 이해관계와 대한민국 내부에서의 상반된 신념으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을 전문적이지만 직설적으로 어렵지 않게 풀어내 그 공포감을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로 돌려놓는다.

이렇듯 단순히 전쟁과 갈등이라는 소재가 장치로만 쓰이는 식상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만 해도 ‘강철비’는 꼭 한번쯤 볼만한 영화다. 하지만 ‘강철비’의 매력을 더하는 두 번째 차별점은 상업영화로서 오락적인 부분까지 자연스럽게 묻어난다는 점. 무거운 주제를 깊게 다루면서도 극의 중간중간 웃음을 유발하는 인물들의 센스 있는 대사와 정우성 곽도원의 만담 같은 대화들로 쉬어갈 곳을 만들어두었다. 때문에 가볍지 않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영화에 몰입해 나갈 수 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똑똑하게 담아냈다. 각자의 장점만을 부각시켜 훌륭하게 조합해낸 것. 정우성의 우직하고 순수한 이미지, 그리고 액션에 정통한 능력치와 곽도원 특유의 능청맞은 생활연기를 100% 활용해 화면을 장악하면서도 결코 극의 전개보다 튀어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 완성도를 높였다.

이런 차별화된 매력에도 ‘북핵’이란 주제로 관객을 얼마나 극장으로 끌어들일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한국이 처한 상황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들을 풀어낸 만큼 ‘강철비’를 향한 다양한 해석과 시선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핵과 남북의 정치 구조, 다양한 세계의 시각들을 영화를 통해 소프트하게 공유하고 싶었다’는 양 감독의 말처럼, 어떤 색안경도 끼지 않고 영화를 관람할 일반 관객들은 ‘핵’이라는 낯설지 않은 단어에 대한 경각심과 평온한 일상 속 잊고 지냈던 ‘휴전국가’라는 현실에 새삼 눈을 뜨게 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돈이 아깝지 않은, 묵직하지만 재밌는 영화 한 편을 본 든든한 느낌으로 극장을 나서고 싶다면 꼭 봐야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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