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윤일록에게 손흥민 '원톱' 맡긴다면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손흥민(25·토트넘)의 ‘최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을 윤일록(25·FC서울)에게 맡긴다면.’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2월9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맞대결을 시작으로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에 나선다. 중국전 이후 12일 북한, 16일 일본과 차례로 맞붙어 순위를 가리는 풀리그 방식으로 대회를 진행한다.

신 감독은 21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이번 대회에 나설 24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그는 “우승하기 위해 준비할 계획이다. 다만 그 안에서 월드컵 본선 준비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팀 구성원 상 전술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플랜 B와 C에 대한 준비도 겸한다는 의미였다.

그렇다면, 지난 11월 콜롬비아(2-1 승) 세르비아(1-1 무)와의 평가전에서 가능성을 내비쳤던 4-4-2 포메이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 감독은 당시 왼측면 공격수였던 손흥민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전방에 배치했고, 그의 파트너로 이근호(강원)와 이정협(부산)을 배치해 효과를 누렸다. 손흥민은 콜롬비아전에서 2골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고, 세르비아전에서도 날카로운 공격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신 감독의 말대로 플랜B를 준비한다면 손흥민 역할에 대한 백업도 준비를 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 역할에 제격인 자원도 있다. 바로 윤일록이다. 그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며 FC서울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리그 35경기에서 출전해 5골·12도움을 올리며 기록상으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가 손흥민이 맡았던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이유는 공간 침투에 있다. 사실 그는 손흥민과 다른 유형의 윙어였다. 손흥민이 폭발적인 문전 쇄도와 날카로운 슈팅이 있다면, 윤일록은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한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기회를 만든다. 다만 공통으로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가 리그에서 12개의 도움을 올리면서도 5골을 터트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공간 사이를 파고드는 능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윤일록은 손흥민과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함께 동고동락한 친구이다. 지난 2009년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대표팀에 함께 뽑혀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당시에는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사이였다. 윤일록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흥민이 때문에 많이 못 뛰었다”고 씩 웃기도 했다. 같은 포지션을 두고 움직임이나 역할에 대해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대표팀 내부에서 손흥민의 포지션은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 특히 윤일록은 2013 동아시안컵에서 3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한일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슈팅을 터트린 좋은 기억도 있다.

윤일록은 스포츠월드와의 대화에서 “포지션이나 역할은 내가 결정하는 부분이 아니다”면서도 “언제나 그랬듯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나만의 강점을 다듬고, 컨디션 조절을 잘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며 눈빛을 번뜩였다.

윤일록이 손흥민의 자리를 대신해 신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KFA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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