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도움왕은 베스트11이 아니었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K리그 도움 1위에 오른 손준호(포항)는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처음이 아니다. 지난 시즌 염기훈(수원)도 마찬가지였다. 두 시즌에 걸쳐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이를 두고 누가 ‘K리그 시상식’을 인정할까.

K리그 클래식의 2017시즌도 막을 내렸다. 아직 승강 플레이오프가 남았지만, K리그는 지난 20일 시상식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쳤다. K리그를 누빈 선수들은 1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만큼, 그 마지막은 타이틀 수상으로 보상받았다. K리그의 마지막 잔치는 그렇게 흥겨웠다.

그런데 흥에 겨워 놓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바로 수상자 선정이다. 이번 시즌 도움왕에 오른 손준호(포항)은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단순히 베스트11을 수상하지 못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후보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시즌 도움왕에 오른 염기훈도 그해 베스트11에 오르지 못했다.

베스트 11 선정은 기자단 투표로 이뤄지는데, 문제는 시즌을 마치기도 전에 투표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9일 K리그 클래식 시즌 최종전을 치른 후 20일 곧바로 시상식을 진행했다. 이에 투표를 19일 오후 7시에 마감했다. 이날 경기가 오후 3시에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즌 종료 후 2시간 만에 마감했다는 뜻이다.

서두르면 넘어지게 마련이다. 베스트11의 경우 선수 개개인이 한 시즌을 통틀어 꾸준하게 최선을 다한 그 결과물에 대한 보상이다. 때문에 시즌을 마치고 데이터를 종합한 뒤 그 데이터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정하고,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연맹에서는 선수 개개인에 대한 데이터를 뽑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투표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손준호가 도움왕에 올랐지만, 중앙 미드필더 부문 베스트11 후보에 조차 오르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손준호는 도움왕을 두고 시즌 최종전까지 윤일록(서울)과 경쟁했다. 골키퍼 신화용도 마찬가지. 그는 올 시즌 25경기 이상 출전 골키퍼 가운데 유일하게 0점대 실점률을 기록했고, 무실점 경기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팀 성적도 경쟁자 중 가장 좋았다. 그러나 이러한 데이터는 투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프로야구(KBO)의 경우 지난 10월3일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른 뒤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 투표인단에 제공했다. 그리고 6일부터 정확하게 3일 동안 투표를 진했다. 이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물론 연맹 측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시즌 최종전 이후 선수단이 대부분 휴가를 떠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시상식을 진행하지 않으면 선수단이 참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오류가 발생하는 시상을 언제까지 지켜만 볼 수 없다. 선수들도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고, 연맹에서도 최대한 공정하게 투표를 진행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대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K리그 시상식은 결국 제 살 깎아 먹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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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월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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