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9000km’ 여정… 절실함의 무시무시함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손흥민(25·토트넘)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진짜’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콜롬비아전 터트린 2골과 세르비아전에서 보여준 매서운 슈팅 등 능력으로 증명했다. 그런데 그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절실함과 투지를 상징하는 ‘9000㎞의 여정’에 있다.

손흥민은 지난 14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치른 세르비아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해 풀타임 활약하며 대표팀 공격을 주도했다. 상대 골키퍼의 야속한 선방에 비록 골망을 흔들진 못했지만, 경기 막판 보여주는 속 시원한 슈팅에 세르비아 수비진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사실 손흥민은 이날 경기 초반 속도에 탄력이 붙지 않아 스스로 답답함을 느꼈다. 권창훈(디종)의 침투 패스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해도 금세 수비진에 따라잡혔다. 숨을 틔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체력적인 부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평가전에 임하는 손흥민의 여정을 살펴보면 세르비아전 체력저하는 당연한 결과였다. 그는 지난 5일 오후 9시 영국 런던 윔블리스타디움에서 치른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소속팀의 1-0 승리를 이끈 뒤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6일 오후 3시경이었다. 시차적응과 휴식이 필요했지만, 그는 곧바로 대표팀이 콜롬비아전을 위해 여정을 푼 수원 라마다호텔로 향했다. 그리고 당일 오후 5시30분에 수원월드컵보조경기장에서 진행한 팀 훈련에 참가했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않고 가볍게 몸을 푼 그는 7일부터 9일까지는 정상적으로 팀 훈련을 소화했고, 특히 오픈트레이닝에서는 밝은 얼굴로 팬과 만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휴식 없이 10일 콜롬비아전을 준비한 그는 결국 2골을 작렬하며 나래를 펼쳤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까지 97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빈 그는 다시 울산으로 이동해 팀 훈련을 소화했고, 14일 세르비아전에 나섰다. 이날도 풀타임을 뛰었다. 어떤 누구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일정은 아니다. 숫자로 살펴보면, 그는 런던에서 인천까지 8868㎞, 인천에서 수원까지 36㎞, 수원에서 다시 울산까지 281㎞를 이동했다. 이동 거리만 총합 9185㎞이다. 비행기로 11시간을 달려와서, 다시 차로 1시간 거리의 수원까지 달려왔다. 이어 다시 울산으로 4시간을 이동했다. 이 어마어마한 숫자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폭주기관차를 몰았다.

살인적인 일정에도 그는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실수를 할지언정 포기하지 않았다. 실수를 할 수록 잘하고자하는 의지는 더 커졌다. 골이 들어가면 들어가는 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 대로 플레이에 박차를 가했다. 단단한 마음으로 시동은 켠 엔진은 멈출 줄 모르고 움직였다.

단호한 결의와 절실함, 투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는 “나는 대표팀의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라고 그 큰 부담감과 압박감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꼭 골을 넣겠다”고 입술을 꽉 물었다. 에이스라는 자리는 그런 자리라고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등에 업고 있는 사람의 부담감은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그는 그것을 담담하게 수용하고 있다. 이는 그의 화려한 득점포, 날카로운 슈팅보다 더 가치있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울산·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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