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가보는 평창, 올림픽 순례길… 진한 가을의 손짓

평창올림픽 기념 코스 ‘아리바우길’
132㎞… 정선부터 강릉까지 잇는
10~20㎞의 길이 총 9개로 구성
해발 1100m 고지대 ‘안반데기’
드넒은 초록빛 호밀밭 ‘포토 스팟’
노추산 3000기 모정탑길도 ‘백미’
[평창=전경우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걷기여행 코스가 생겼다. 개최지 강원도 평창과 강릉을 연결하고 정선을 아우르는 루트의 이름은 ‘올림픽 아리바우길’이다. 평창의 ‘올림픽’, 정선의 ‘아리랑’, 강릉바우길의 ‘바우’를 합쳐 이름을 만들었다.

지난달 14일 개장한 올림픽 아리바우길은 총 132km에 달하며 정선 5일장에서 강릉 경포 해변까지 각각 10∼20Km의 9개 코스로 구성된다. 이 길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올림픽’이라는 명칭 사용 승인도 받았다.

만추의 정취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3코스와 4코스를 다녀왔다.

▲안반덕이 아니라 안반데기

‘구름위의 땅’ 안반데기는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있다. 올림픽아리바우길 4코스의 종점이며 5코스(안반덕-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휴게소·12.1㎞)가 여기서 시작된다. 가는 길을 쉽게 설명하면 용평리조트 뒷편 도암댐 방향으로 가다가 고루포기산 방향으로 방향을 바꿔 왼쪽 끝까지 올라가면 된다. 이 땅의 역사는 조선 효종때 밀양박씨 일족이 살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 ‘대기’라는 지명은 ‘큰 터’라는 뜻이다. ‘안반데기’라는 이름은 떡메를 치는 ‘안반’처럼 넓적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반덕’이라는 지명도 있었는데 최근 ‘안반데기’를 정식 명칭으로 통일시켰다.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안반데기에 올라서면 차갑고 청량한 공기가 온 몸을 휘감는것이 느껴진다. 해발 1100미터 고지대인 탓이다. 눈 앞에는 사방으로 막힘 없는 풍광이 펼쳐진다. 백두대간 능선 사이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도 볼 수 있고 날씨가 좋은 날이면 멀리 동해바다까지 내려다 보인다. 가장 멋진 풍광을 만날 수 있는 포토 스팟은 최근 말들어진 멍에 전망대다. 늦가을에 찾아가도 초록빛 밭들을 볼 수 있는데 토질 개량을 위해 심어놓은 호밀이 있기 때문이다.

화전민들이 산꼭대기 황량한 국유지 개간 허가를 받아낸 것은 1965년, 지난 40여년 세월동안 안반데기 사람들은 거센 바람, 매서운 추위와 싸우고 끝없이 쏟아지는 폭설을 이겨내며 60만평 규모의 국내 최대의 고랭지 채소 단지를 일궈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덧 마을은 유명한 관광지라는 또 다른 수확을 거두고 있다. 예전 국유지였던 안반데기의 농지는 현재 28세대의 농가에게 불하된 상태며 사유지라는 것을 명심하자. 

▲‘바람부리 마을’로 가는 길

올림픽아리바우길 4코스(배나드리마을-바람부리마을-안반덕·14㎞)을 역방향으로 걸어 내려가 봤다. 도암댐 아래 형성된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내려가는 이 코스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지만 최근 산사태로 무너진 도로를 통제하고 있어 편안하고 고요하다.

남한강 최상류 도암댐은 1989년 8월 유역변경을 위해 경사코아형 석괴댐으로 건설됐다. 남한강 최상류인 송천에 댐을 막아 이루어진 도암호의 물을 지하도 수로를 이용하여 동해안에 떨어지게해 강릉수력발전소로 간다. 낙차는 640m로 국내 최대이다.

▲어머니의 집념, 모정탑에 깃든 사연

아리바우길 3코스(구절리역~이성대~노추산~모정탑길~배나드리마을·12.9㎞)의 백미는 노추산 모정탑길이다.

노추산 모정탑은 하나가 아니다. 이곳에 살던 차순옥 할머니가 26년의 세월동안 쌓아올린 약 3000기의 돌탑을 말한다. 할머니는 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남편마저 병들게 되며 집안에 우환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꿈에 나타난 산신령이 돌탑을 쌓으면 좋아질 것이라 말한다. 이후로 차 할머니는 1986년부터 노추산 자락에 움막을 짓고 기거하면서 엄청난 규모의 돌탑군을 쌓아놨다. 할머니는 돌아가시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탑을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겼고 지금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탑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오솔길은 약 1Km로 주변 풍광이 무척 아름답다.

강릉시에서 정선군으로 넘어가는 해발 1322미터 고지가 노추산이다. 신라시대 설총과 조선시대 율곡 이이가 학문을 닦은 곳이기도 하다. 아홉 번 장원급제했다는 율곡 이이 선생의 구도장원비도 있어 입시철이면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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