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마동석, 위험한 소모전 막아야한다

마동석의 올해 두 번째 주연작 '부라더'가 지난 2일 개봉했다. 직전 '범죄도시'로부터 불과 한 달여 만이다. 어쩌다 이런 식으로 개봉 스케줄이 짜인 건진 알 수 없지만, 어찌됐건 '범죄도시'만큼 화끈한 초반 흥행세는 아니다. 첫 4일 간 73만1559명을 동원, '토르: 라그나로크'에 이어 주말 2위를 차지했다. 3위가 '범죄도시'다. 아직 전작 화력이 채 빠지기도 전 새 영화가 들이밀어진 것이다.

'부라더' 초반성적은 올해 개봉작 기준으로, 총 251만5315명을 동원한 '조작된 도시'의 첫 4일 107만2450명보다 적고, 총 163만5003명을 동원한 '임금님의 사건수첩' 첫 4일 50만6634명보단 많다. 기계적으로 판단하면 대략 200만 선 총관객수 예상이다. 수퍼히어로 영화 흥행패턴 상 다음 주말만 돼도 '토르: 라그나로크' 화력이 확 빠져 숨통이 트일 수도 있지만, '부라더'는 '범죄도시'만큼 관객 평가가 좋진 않아 뒷심을 크게 기대하긴 힘들다. 200만 선 정도가 상식적 예측이다.

물론 그 정도로도 성공은 성공이다. '부라더' 손익분기점은 100만이다. 눈에 띄게 싸게 먹힌 프로덕션이다. 그리고 여전히 대중인식 상 흥행성공 라인은 200만이다. 그 정도면 2017년 대표 흥행스타로서 송강호와 나란히 마동석을 꼽는 데 별 무리가 없다. 더군다나 '부라더'는, 언급했듯, 말도 안 되는 겹치기 스케줄로 등장한 영화다. 그런 이미지 피로감까지 감안한다면 오히려 상당히 잘 나오고 있는 편이다. 그만큼 마동석이 현 시점 '제대로 뜨긴 떴다'는 방증이다.

그럼 일단 여기까진 그렇다 치자. 그런데 문제는 더 있다. 지금부터 또 한 달 반 뒤, 이번엔 마동석이 주조연급으로 출연하는 '신과 함께'가 개봉한다. 거기서 또 두 달 뒤인 2018년 2월엔 주연작 '원더풀 고스트'가 나올 예정이다. 여기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2018년 내로 주연작 2편, '곰탱이'와 '챔피언'이 더 나간다. 둘 다 내년 10월 내 개봉한다는 가정 하에, 마동석은 불과 1년 사이 주연작 5편과 조연작 1편을 내보내는 셈이 된다. 지금이 무슨 신성일-엄앵란 시절도 아니고, 한국영화계가 홍콩처럼 소수 스타들 다작으로 버티는 환경도 아니다. 아닌 게 아니라, 웬만큼 스타 매니지먼트가 자리 잡은 2000년대 이후로 이처럼 무모한 소모전은 본 적이 없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된 배경을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일단 '범죄도시' 성공 이후 마동석에겐 주연급 시나리오가 30~40편씩 쏟아지고 있단 소식이다. 주로 조연급으로 활동하던 입장에서 갑자기 달라진 환경에 맘에 드는 시나리오는 다 취하는 분위기였을 수 있다. 거기다 마동석은 몇 년 전부터 영화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몇몇 영화인들과 함께 '팀고릴라'란 콘텐츠 기획사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범죄도시' 엔딩 크레딧에도 주연뿐 아니라 기획자로도 이름이 올라있다. 내년의 팔씨름 영화 '챔피언'도 본인 기획이다. 이렇듯 '출연하고 싶은 영화'에 스스로 '만들고 싶은' 영화까지 추가되다보니 결과적으로 '나오는 영화' 역시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식이면 위험하다. 액면 그대로도 너무 심각한 다작 추세지만, 거기다 마동석은 맡을 수 있는 캐릭터 한계가 생각보다 뚜렷한 배우이기에 더 그렇다. 할리우드로 따지면 대략 아놀드 슈왈츠네거-빈 디젤-드웨인 존슨 노선이다. 위압감을 주는 근육질 외형에 정반대 유머러스한 일면을 덧씌워 대중적으로 보다 쉽게 소화되도록 구성된 캐릭터다. 출연작은 대개 액션코미디와 가족영화 계열 코미디, 두 장르로 나뉜다. 그리고 그 두 서브장르 외엔 딱히 연기 폭을 넓힐 수 있는 구석이 많지 않다. 이런 캐릭터가 유머 없이 너무 진지하고 하드한 액션스릴러에 출연하면 그 위압감이 지나치게 강조돼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갑자기 드라마 노선으로 가도 잘 받아주질 않고, 그밖에 로맨스 장르 등에서도 먹히기 어렵다.

이러면 당연히 이미지 피로도도 다른 배우들보다 몇 배는 심해진다. 캐릭터 변동 폭이 무척 좁기 때문이다. 내용은 달라질 수 있어도 캐릭터 자체는 다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이런 노선 배우들은 원래 한 번 자리를 잡고 난 뒤부턴 출연작을 아끼는 편이다. 빈 디젤은 지난 10년 간 딱 10편의 영화에만 출연했고, 전성기인 1987~1996년 시절 아놀드 슈왈츠네거도 그 10년 간 12편에만 출연했다. 그런데 마동석은 지금 이들의 10년 출연작 절반을 불과 1년 새 쏟아내려 하고 있다. 최소 기준속도로라도 돌려놔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획과 출연을 서로 분리해 생각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프로덕션 플랜B를 예로 들면 쉽다. 피트는 플랜B에서 기획하는 영화들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영화에만 출연한다. '기획'은 자신이 하고 싶은 영화제작 업무의 일부분일 뿐, 배우로서 자기 스타성을 드높이기 위한 수단으로서 활용은 그만큼 적단 얘기다. 결국 피트는 '배우이자 제작자'인 것이지 '배우업을 위한 제작자'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 그렇게 피트는 배우로서 자기 커리어를 현명하게 조절하면서, 동시에 제작자로서 지난 13년 간 무려 7편의 영화를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그중 본인이 직접 출연한 영화는 4편, 그나마도 주연급 출연은 '머니볼' 단 한 편뿐이었다.

이를 마동석으로 옮겨놓고 본다면, 내년 출연작 중 '챔피언'은 굳이 출연작들이 밀려있는 내년에 바로 만들어 공개할 이유가 없다. 피트처럼 다양한 역할이 가능한 배우도 그 정도 조절은 한다. 욕심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욕심이 전략과 맞닿지 못하면 화가 된다.

지금 마동석의 다작 노선을 놓고,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미디어나 일반대중까지도 흔히 쓰는 레토릭이 소위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는 표현이다. 단발 상품시장 개념에선 맞는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의 엔터테인먼트산업 개념에선 맞지 않는 전략이다. 엔터테인먼트산업의 궁극적 목표는, 어딘가로 향하기 위해 노를 젓는 게 아니라, 그저 물 위에 계속 떠있는 것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동석은 그런 식으로 소모돼 역할을 마모시키기엔 너무 아까운 배우다. 오직 트렌드에 따른 연기변신만이 살 길이라 믿어온 영화 장르 배우들 기존 노선에서 벗어나, 이제 세계 7위권 내 들어온 한국영화시장 규모라면 특정 서브장르 전문배우 하나쯤 다시 등장할 때도 됐고, 또 그런 배우들이 나와 주는 편이 시장 전체를 살찌운다는 측면에서 더 유리한 부분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의외로 한국영화산업 미래향방의 한 기점이 될 수도 있는 배우란 얘기다.

거기다 캐릭터 자체의 독보성도 워낙 뛰어나다. 사회파 콘텐츠가 많은 한국영화 환경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 마동석이 처음 뜨게 된 계기는 조연급 출연 당시였다. 2012년작 '이웃사람'에서 으스스한 연쇄살인범을 가볍게 두들겨 패는 장면이 인터넷에서 '사이다 동영상'으로 퍼져나가면서 처음 주목받았다. 곧이어 '베테랑'에선 아무도 못 건드리던 재벌 2세를 꼼짝 못하도록 위협하는 '아트박스 사장'으로 나와 웃음과 함께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동석은 그렇게 좀처럼 해결하기 힘든 한국사회 갖가지 병폐들을 다분히 언PC한 차원에서 간단히 해결해주는 '사이다' 역할, 소위 소시민의 '변칙적' 위력을 보여줄 때 그 독보성을 드러낸다.

솔직히 이런 역할을 맡아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배우, 앞으로도 좀처럼 나오기 어렵다. 마동석이 지금 같은 이미지 소모로 움츠러들고 나면 그저 '그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다른 누군가의 보다 심심한 버전으로 대체될 뿐이다. 가능한 오래 그 캐릭터를 즐기고 싶어서라도, 마동석의 현명한 커리어 판단을 기대하게 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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