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응팔'부터 '부암동'까지, '인생캐 제조기' 라미란의 매력

[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배우 라미란의 인생캐릭터, 어디까지 갈까.

라미란이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인생캐릭터를 써내려가고 있다. 현재 출연중인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에서는 복자클럽 맏언니이자 1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시장에서 생선을 팔며 생계를 책임지는 두 아이의 엄마인 홍도희 역을 맡아 활약하고 있다.

연 이은 사이다 같은 복수를 통해 안방극장에 통쾌함을 선사하는 것은 기본, 의외의 난관에 부딪히며 혼자 속앓이 하는 감정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뭉클함을 안기고 있다. 특히 홍도희 캐릭터가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극한 상황에서 오는 짠한 진심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삶의 무게를 보듬어주고 있기 때문.

겉으로는 돈과 권력, 그리고 그 갑질에 고개 숙이는 듯하지만 실은 자식들을 위해 누구보다도 강한 자존심을 가지고 고된 삶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공감과 눈물을 유발하고 있다. “내 자존심은, 나한테 가장 소중한 걸 지키는 것” “문어는 심장이 세 개라고 한다. 내 심장도 세 개는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나는 남편 죽었을 때 꺼졌고 또 하나는 빚 독촉하는 사람들 전화에 놀라 떼졌다. 남은 하나는 자식들 위해 지키고 살고 있다” 등 인상 깊은 대사들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해내며 시선을 사로잡는 것.

이렇듯 단단하고 강한 엄마이자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앞서 크게 사랑받았던 ‘응답하라 1988’에서도 마찬가지. 극중 라미란 역으로 출연한 라미란은 시원시원한 성격의 여장부를 연기했다. 복권당첨으로 가난했던 생활을 청산하면서 여전히 속옷이 찢어질 때까지 아끼고 작은 돈 한 푼 쓰기 아까워하는 남편을 못마땅해 하면서도, 안쓰러워하고 살뜰히 챙기는 모습은 훈훈함을 자아냈다. 또 남들과 조금 다른 큰 아들 정봉(안재홍)과 그런 형을 대신해 뭐든지 잘해내는 모범아들 정환(류준열), 두 아들을 향해 소리 치고 등짝을 때리며 현실 엄마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금세 그들 나름의 고군분투를 안쓰러워하며 그들을 향한 믿음을 전해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아이가 있는 엄마 역할로만 빛났던 것은 아니다. 국민드라마로 사랑받았던 KBS 2TV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라미란은 차인표(배삼도 역)의 애교만점 아내이자 강한 생활력을 지닌 복선녀로 분해, 현실감 넘치는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전했다. 특히 남편의 지원을 받으며 수납사원에서 반찬가게 사장, 시장번영회장까지 출세가도를 달리는 가모장적 여성으로 기존 가족극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현시대 여성상과 함께 성역할의 반전을 그려낸 캐릭터로 더욱 높이 평가받았다.

라미란의 존재감은 다양한 캐릭터에서 발휘된다. 훈훈하고 따뜻한 캐릭터뿐만 아니라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엉뚱한 캐릭터로도 크게 사랑받고 있다. 바로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를 통해서다. 2013년 방송된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2’부터 합류한 라미란은 낙원사 디자이너 라미란 역으로 시선을 강탈했다. 시시각각으로 기분이 변하는 ‘시간 또라이’라는 별명을 지닌 진상캐릭터지만 생계를 위해 동료에게서 등을 돌린 뒤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워킹맘을 현실적으로 연기해내며 크게 사랑받고 있는 것. 때문에 라미란은 시즌12에 이어 시즌13부터 시즌15까지 연달아 출연하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오는 12월 방송 예정인 시즌16에서도 큰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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