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시선] '킹스맨2', 한국은 단지 '돈 되는 시장'인가

[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부족한 건 의지였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는 결국 무대인사 취소를 ‘해프닝’이 아닌 ‘사고’로 만들었다.

지난 20일 영화 '킹스맨: 골든 서클'(이하 ‘킹스맨2’)은 주연배우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태런 에저튼이 전격 내한하는 대대적인 프로모션 일정을 펼쳤다. 그러나 이런 큰 규모의 행사에서 믿을 수 없는 사고가 터졌다. 20일의 마지막 행사로 계획된 무대인사가 ‘킹스맨2’의 수입 배급사인 이십세기폭스코리아(이하 폭스코리아)와 배우들의 인솔 관계자의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돌연 취소된 것. 다음날인 21일 진행된 공식 내한 기자회견에 폭스코리아 대표가 직접 참석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한국 팬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폭스코리아 대표의 사과와는 달리, 폭스코리아 공식 SNS에 올라온 홍보 사진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공지된 무대인사 취소 보상안은 팬들의 분노에 부채질을 하며 논란을 키웠다. 폭스코리아는 제대로 된 대책을 제시하기도 전 전날 있었던 레드카펫에서 배우들과 팬들의 즐거웠던 한 때만을 공개하며 본래 목적인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후 공개된 보상안은 더 황당했다. 예매권 4장, 오리지널 굿즈와 포스터를 ‘10만원 상당’이라며 보상 대책으로 내놨다.

팬들은 폭스코리아를 향해 ‘뻔뻔하다’며 격노했다. 어마어마한 웃돈을 얹은 암표까지 거래됐을 정도로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겨진 무대인사였고, 때문에 각종 희생을 감수하고 각 지역에서 모여든 팬들이었다. 주최 측인 폭스코리아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또 ‘얼마 상당’이라고 한들 무대인사와는 결코 견줄 수 없다는 것 역시 모르지 않을 것이다.

무대인사를 기다렸던 팬들에게 가장 걸맞은 보상은 무대인사를 다시 성사시키는 것이었다. 콜린 퍼스의 첫 내한인데다 특히나 ‘킹스맨’에 열렬한 한국 팬들을 위해 방문한 모두 뜻 깊은 자리인 것을 알고 있었고, 무대인사 전 레드카펫 행사에서도 이에 대한 뜨거운 보답을 보여준 배우들이다. 상황을 설명하고 다시금 무대인사 자리를 부탁했다면, 밤 새워 자신들을 기다린 수많은 팬들에게 허락된 단 하룻밤을 과연 매몰차게 외면했을까. 행사가 지연됐다고 한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저 추후에 사과와 보상을 전하는 것만으로 무마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결국에는 한국 관객들을 ‘우습게 봤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2015년 개봉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전 세계 관객동원 3위, 전 세계 수익 2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에 대해 폭스코리아 측이 단순히 ‘어찌됐든 영화를 봐줄 돈이 되는 시장’이라고만 여기는 게 아니라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진행된 프로모션에서 이런 대형 사고는 있을 수 없다.

이런 논란 속에도 관객들의 배우와 영화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기에 ‘킹스맨2’는 개봉을 3일 앞둔 24일 기준 실시간 예매율 36.6%로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킹스맨2’ 역시 흥행 순항을 예고하고 있지만, 폭스코리아의 한국 시장에 대한 시각을 여실히 보여준 프로모션에 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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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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