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개기일식과 샤머니즘

지난달 21일 개기일식으로 미국 전역이 떠들썩했다. 미국에서 관측되는 개기일식이 시작되는 미국 동북부의 오리건주는 ‘개기일식 주(eclipse state)’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들이 10만여명이나 몰렸다 한다. 우리나라도 새해 신년 해맞이를 할 때 동해안의 정동진 같은 곳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미국 전역을 관통하며 개기일식이 관측된 것은 1918년 6월 8일 워싱턴 주에서 플로리다 주까지 나타난 개기일식 이후 99년 만의 일이라고 하니 몇십년이나 백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해와 달과 지구의 쇼가 펼쳐짐을 보는 사람들의 탄성과 놀라움이 당연하리라.

그러나 이 개기일식을 즐거운 우주의 쇼로 받아들인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근대에 들어 개기일식을 우주 공간의 궤도 선상에서 태양-달-지구 순으로 늘어서면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천체현상으로 이해하기 전까지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옛날에는 개기일식은 불행의 징조라고 생각했다. 신성한 해를 가린다는 것은 이변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개기일식이 있게 되면 나라에 큰 변고가 생긴다는 예시라고 여겼고, 따라서 전염병이 돈다느니 큰 전쟁이 일어난다느니 하며 몹시 두려워했다는 얘기가 역사서에도 종종 보일 정도이니 옛사람들의 개기일식에 대한 두려워하는 관념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오죽하면 지동설을 주장했던 코페르니쿠스 같은 천문학자들이 죽임까지 당했겠는가. 실제로 민족 전통종교였던 뵌교의 전통이 녹아들은 티벳 불교에서는 이렇게 개기일식이 드는 날에는 전날 밤부터 철야기도와 정진에 들어가기도 한다.

옛사람들이 생각하는 개기일식이란 가장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는 ‘달이 태양을 삼키는(?)’ 현상이다. 가장 원융하고 만물을 살리는 의미로서의 태양은 신과 다름이 없고 따라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태양은 신을 상징한다. 태양은 신이자 왕이자 지고의 힘이다. 그 신을 어둠이자 여성을 상징하는 달이 가리다니! 이 얼마나 가공할 일인가. 실제로 이런 일식현상이 있는 해에 전염병 창궐이나 괴변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곤 하였는데 바람직하지 않은 사건이 터졌을 때 과학적인 원인을 찾기 힘든 옛날에는 일식이나 월식과 같은 현상에 그 원인을 돌리는 것이 차라리 쉬웠으리라.

이론적으로는 달이 지구를 공전하기 때문에 매달 일식이 일어나야 하지만 공전 궤도 등이 어긋나므로 개기일식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개기일식도 주로 대양에서 관측되지 대륙에선 볼 기회가 많지 않기에 땅에 사는 인간들이 개기일식을 보게 되는 것은 당연 몇십년에 한번이 되는 것이니 옛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두려워했던 것도 이해는 된다. 대낮에 달이 태양을 완전히 덮어버리면 순식간에 하늘엔 어둠이 드리워진다. 누군들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이러한 이유로 옛날에는 개기일식이 있게 되면 나라는 왕이 직접 주도하는 큰 제(祭)를 올리며 무탈하기를 빌었고 민간인들도 재앙을 면하게 해달라는 기도와 제를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금 현대인들이 세기의 볼거리라며 개기일식을 보기 위하여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을 옛사람들이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미신과 과학은 종이 한 장 차이인 것을. ★김상회의 풍경소리(02-533-8877)에서는 부산 및 지방 애독자들을 위해 전화 상담을 진행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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