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부는 '택시운전사' 열풍…줄줄이 단체관람

바른정당 지도부가 토요일인 12일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단체 관람했다. 이번 주말 관객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 영화를 보수 정당이 단체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태경·정운천 최고위원, 정문헌 사무총장, 전지명 대변인 등 당직자 20여명은 이날 여의도의 한 영화관에서 택시운전사를 단체 관람했다. 애초 이혜훈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대부분이 함께 영화를 볼 예정이었지만 연일 계속되는 북미 간 강경 발언에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등 시국이 엄중한 점을 고려해 일부 의원 관람으로 행사 규모를 조정했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동참했던 ‘86세대’인 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택시운전사를 단체관람하게 된 것은 5·18이 가지는 의미가 그만큼 각별하기 때문”이라며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킨 ‘촛불’의 어머니가 바로 5·18”이라고 남겼다. 하 최고위원은 “4·19, 부마항쟁, 6·10과 달리 유독 5·18에 대해서는 북한과 연계해 음해하는 시도가 많다”며 “바른정당은 이런 ‘5·18 종북몰이’와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며 그러한 음해가 얼마나 허위사실에 기초해 있는지 밝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 민주화 운동을 취재한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운 택시운전사의 얘기를 다룬 영화다.

◆정치권에 부는 ‘택시운전사’ 바람

정치권은 열흘 전 개봉한 이 영화를 줄줄이 단체관람하고 있다. 전남지사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주말이었던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개 모집한 지지자 20여명과 함께 이 영화를 봤다.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도 영화 개봉 직후 지도부가 이 영화를 단체 관람했으며 당권 주자들이 속속 이 영화 관람을 일정에 포함시키고 있다. 8·27 전당대회에 출마한 정동영 의원은 지난 8일 청년 당원들과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뒤 취재기자로서 5·18민주화 운동 취재를 했던 경험을 밝혔다. 바로 다음 날인 9일 안철수 전 대표도 당 출입기자들과 함께 택시운전사를 관람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단체 관람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영화 관람을 정치적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제시장’을 관람하고 “영화속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울려퍼지니까 경례를 하더라”며 ‘애국심’을 강조했었다. 영화 개봉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중도보수 외연 확대를 위해 ‘국제시장’을 관람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이번 ‘택시 운전사’ 관람 열풍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등 정권 교체와 함께 사회적 분위기가 바뀐 것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진보·보수와 관계 없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일보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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