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K 폭력 시위… 애매모호한 트럼프의 반응

미국 수도 워싱턴에 이웃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12일(현지시간)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맞불 시위대의 충돌 속에 1명이 숨지는 등 사상사가 발생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폭력 자제를 촉구했다.

최대 6000명이 모인 이날 시위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기로 한 샬러츠빌 시 의회의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 펼쳐졌다. 시위대는 리 장군의 동상이 있는 샬버츠빌 이멘서페이션 파크에 모여 나치 상징 깃발을 흔들고 ‘피와 영토’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군복을 착용했으며, 헬멧과 사제 방패로 무장한 이들도 있었다. 극단적 백인우월주의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 휘장을 든 시위대의 모습도 포착됐다. CNN방송 등은 시위대에는 극우 국수주의자, 대안우파 지지자들도 시위대에 섞여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시위대에 맞서 캠페인 단체인 ‘흑인생명도 중요하다’ 등 흑인 민권단체 회원들이 현장에서 대치했다. 대치 과정에서 시위자들 쪽으로 차량 1대가 돌진하면서 차량 3개가 추돌하는 등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이번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폭력 시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뉴저지주에서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여러 편에서 드러난 이 지독한 증오와 편견, 폭력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며 “증오와 분열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태에 책임이 있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특정해 거론하지 않고 반대편도 책임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공화·민주 양당과 언론의 집중 비판을 받았다. 일례로 지난해 공화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서 “대통령이 샬러츠빌 사건을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이라고 표현하는 게 나라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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