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진군 나팔부는 트럼프… 사실은 준비 안됐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을 예고하는 진군나팔을 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미국의 핵무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북한을 가공할 핵무기로 응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전날에도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현재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있는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미국의 언론과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선제 타격’이나 ‘예방전쟁’ 등 군사적 옵션을 밀어붙일 수 있는 정치적 역량이 없고, 미군은 제2의 한국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Atlantic)이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의 대북 위협 발언은 허풍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로 실제적인 위협을 하는 게 아니라 위협 발언만 해도 ‘화염’으로 징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를 비웃듯이 “괌 주변 포위 사격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즉각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미국 핵전력의 절대적 우위를 강조하는 트윗을 날렸다. 북·미 간 가시 돋친 설전은 세계 최강국의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 추락과 체면 손상으로 이어지는 ‘필패(必敗) 게임’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일치된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북한을 공격할 생각이 없으면서 허세(bluff)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 치명상을 안기는 실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말에 무게가 실리지 않으면 누구도 그의 말을 더는 신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위협을 가해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라면 이것 또한 북한에 먹힐 리 없는 ‘헛발질’에 불과하다고 애틀란틱이 지적했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핵무기와 ICBM이 생존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믿고 있어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협박해도 현재로써 핵과 ICBM을 포기할 가능성이 없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트럼프는 핵전쟁의 최고사령관으로 부적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200일 동안 40%를 밑도는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대선전 당시 러시아와 내통 의혹으로 특검의 수사 칼날이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애틀란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민을 상대로 크고 작은 거짓말을 계속하고 있어 위기가 왔다고 얘기를 해도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외국 국민과 외국의 지도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떠한 말을 했다가도 자주 입장을 바꾸거나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아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게 현실이 됐다고 이 매체가 강조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김정은 위원장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흔히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말한 ‘미치광이 이론’으로 해석됐었다. 미치광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상대방이 위협을 느끼도록 하는 게 이 이론이다. 애틀란틱은 그러나 “북한이 트럼프의 지난 행적에 근거해 그가 실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대역인 김 위원장은 트럼프 못지않게 신뢰할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애틀란틱은 “미국과 북한의 두 지도자가 습관적으로 허장성세를 부리다가 오판에 근거해 커다란 참사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제2의 한국 전쟁 대국민 설득 불가능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하려고 일방적으로 개전을 선언할 수 있으나 이 전쟁을 끌어가려면 의회의 추인과 국민적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제2의 한국 전쟁을 시작하면 베트남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국론이 양분되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애틀란틱이 지적했다. 그가 북한이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 공격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의 라이벌 국가들도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군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고, 러시아의 세력 확대를 견제하려면 유럽에서 미군의 병력을 빼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에 미군 병력을 대거 이동해 또 한 번의 한국 전쟁을 치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미 동맹 체제의 와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 북한과 전쟁에 나서면 한·미 동맹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또 한 번의 전쟁이 발발하는 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북한이 먼저 선제공격을 단행해서 발생하는 방어 전쟁이 아니면 한국은 결코 전쟁에 동의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수십만, 수백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북한 정권을 궤멸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치러야 할 대가를 감당하기 어렵다. 특히 북한이 생·화학 무기나 핵무기를 동원하면 사상 최악의 비극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부담을 감수하고, 전쟁을 일으키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이 강조했다.

◆대북 예방전쟁은 이미 실기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북한을 상대로 ‘예방전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예방전쟁은 전쟁 발발이 임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국이 군사적으로 유리해졌을 때 전쟁하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고 적국에 앞서 먼저 전쟁을 개전하는 개념이다. 선제 타격은 적의 공격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적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먼저 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정부가 구상하는 예방전쟁은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이미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고, ICBM을 개발한 상황에서 미국이 지금 북한을 공격한다면 이것은 어디까지나 선제 타격이지 예방 공격이 아니라고 군사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북한이 아무리 불량 정권이라고 해도 대량파괴무기(WMD)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데는 윤리적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전쟁을 한다고 판단되면 중국이 개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중 간 세계 3차 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계일보 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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