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왜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 했을까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난 5개월 동안 이 복잡한 재판을 세심하고 공정하게 이끌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삼성 뇌물 사건 결심 공판에서 징역 12년이란 중형을 구형 받은 이재용(49·구속기소)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후 진술 당시 재판부에 이같이 감사를 표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 부회장은 재판장을 왜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라고 했을까.

‘존경하는 재판장님’은 재판을 주관하는 재판장에 대한 예우와 존경을 담은 관례적인 표현이다.

그렇다고 법정에서 재판장을 호칭할 때 꼭 이 말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 뇌물 사건 결심 공판 때도 박영수 특별검사나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은 ‘재판장님’을 쓰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 국가에서 재판장을 존칭하는 건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10일 미국 ABC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법정에서 재판장을 호칭할 때 재판장의 성별을 가리지 않고 각하를 뜻하는 ‘Your Honor’를 쓰는 게 일반적이다. 스페인에서도 your honor와 같은 의미의 ‘Su senoria’를 쓴다. 영국식 영어를 쓰는 호주는 honor의 영국식인 honour를 사용해 ‘Your Honour’라고 한다.

재판장의 성별을 구분해 호칭하는 국가도 적지 않다. 독일에서 남성 재판장과 여성 재판장을 각각 ‘Herr Vorsitzender(남성 의장님)’, ‘Frau Vorsitzende(여성 의장님)’라고 하는 게 대표적이다.

영국은 재판장의 성별뿐 아니라 법원에 따라서도 호칭이 다르다.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경우, 대법원과 고등법원, 항소법원의 남성 재판장은 각하를 뜻하는 ‘My Lord’, 여성 재판장은 여성의 존칭인 ‘My Lady’를 쓴다. 6개월 이하 징역이나 2000파운드 이하 벌금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1심을 다루는 치안법원의 경우에는, 남성 재판장과 여성 재판장을 각각 각하의 또 다른 표현인 ‘Your Worship’, 여성은 존칭인 ‘Sir’ 또는 ‘Madam’이라고 한다. 형사법원에서는 호주처럼 재판장의 성별을 따지지 않고 ‘Your Honour’를 쓴다.

재판장을 존대하지 않고 말 그대로 판사라고 하는 곳도 있다. 브라질은 남성 재판장과 여성 재판장에게 각각 포르투갈어로 판사인 ‘Juiz’, ‘Juiza’를 쓴다. 다만 재판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 ‘당신의 우수성’을 뜻하는 ‘Vossa excelencia’가 쓰이기도 한다.

이탈리아는 재판장을 성별에 상관없이 ‘법원의 대통령’이란 의미의 ‘Signor presidente della corte’라고 한다.

ABC방송은 “한국에서 ‘판사(Pansa)’는 판사(judge)를 의미한다”며 “법정에서 판사를 호칭할 때 성 중립적 경칭인 ‘판사님(pansa-nim)’을 쓴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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