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대장 부인 갑질의혹 제보자 "병사 하인부리듯 해"

“장군 부인 사모(사모님을 줄여 부른 말)가 병사들을 자기 개인 하인 쓰듯이 한 것이 가장 힘들었다.”

국방부가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과 관련해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수사하기로 결정한 4일, 이들 부부의 부당행위를 군인권센터에 제보한 공관병 출신 전역병사 A씨는 이 같이 말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최근 박 사령관 부부의 의혹을 잇따라 폭로한 군인권센터는 이날 오전 제보자 A씨의 언론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박 사령관의 공관에서 6개월∼1년 정도 근무했다는 A씨는 군인권센터의 폭로 이후 제보자로서는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다.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공관병 시절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때로는 강한 어조로 박 사령관 부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A씨는 “(부당한 일이) 너무 많아서 정리해서 말을 못하겠다”며 입을 뗐다. 이어 “(최근 기사로) 나와있는 것은 거의 다, 80∼90% 이상 제가 겪은 것”이라며 “아는 것만 해도 거의 다 맞다”고 부언했다. 그는 특히 박 사령관의 부인에 대해 “기본적인 집안일에서부터 모든 일을 손 하나 까딱 안하고 하루종일 시켰다”며 “맨날 트집잡고 조금만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인격모독적인 말을 엄청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최근 군인권센터에서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 의혹으로 폭로됐던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보충설명을 이어갔다. 공관병들이 사령관 부부가 호출에 대비해 차고 다녔다는 전자팔찌와 관련해서 A씨는 “24시간 차고 있어야 했다. 아무 때나 필요할 때 눌러서 바로 뛰어가지 않으면 난리가 났다”며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호출 벨)을 집어던진 적도 있고 ‘굼벵이 새끼도 아니고 빨리 안 뛰어오냐’며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가 오라고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팔찌를 안 차고 있으면 ‘너네 내가 영창 보낼 수도 있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조리병이 음식재료를 다듬는 것을 보고 박 사령관 부인이 칼을 빼앗아 허공에 휘두르며 폭언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A씨는 “기사에 나온 것처럼 ‘너희 엄마한테 이렇게 배웠냐’며 이것 밖에 못하냐고 큰소리 치며 칼로 탕탕 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명절에 선물로 들어온 과일 중 썩은 것들을 공관병에게 집어 던졌다는 일에 대해서는 “정말 과일 같은 선물이 엄청 들어왔다. (그런데) 다 소비를 못 시키니까 과일이 썩지 않겠느냐”며 “(그럼 이를 보고) ‘관리 (제대로) 못하냐’면서 썩은 과일을 사람한테 던졌다”고 밝혔다.

A씨는 박 사령관이 부인의 이 같은 ‘가혹·월권행위’를 못본 척하기도, 두둔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사령관이) 계속 뻔히 집에서 (부인이) 하는 것을 알면서 놔뒀다”며 “그냥 방치하듯이 하다가 일이 생기면 ‘반항하냐’, ‘사모 말을 잘 들어야지’하며 (공관병들을) 세워놓고 혼을 냈다”고 언급했다. A씨에 따르면 박 사령관은 “고생을 해봐야지 편한 걸 알고 불만이 안 나온다”며 최전방 GOP(일반전초) 부대로 공관병들을 일주일씩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전방 부대에 갔던 공관병들이 “몸은 힘들어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없으니까 거기(GOP 부대) 갔을 때가 훨씬 편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A씨는 회상했다.

공관병으로서 하지 않아도 될 박 사령관 아들의 ‘뒤치다꺼리’도 업무 중 하나였다. A씨는 “아들이 (공관병들에게) 함부로 대하진 않았다”면서도 “(공관병들이 해주는 것을) 가만히 받아들였다. 잘못된 것이란 것을 자기도 알텐데… 방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늦게 자고 일어나면 밥 차려주고 설거지 다 해주고 방청소까지 다 해줬다”며 “아들 친구들이 공관에서 바베큐 파티를 했는데 음식, 노는 것, 잠자리까지 다 준비해주고 다음날 아침 밥까지 차려줬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A씨는 공관병 시절 소원수리를 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다 그 사람(박 사령관) 밑이니까 어디다 말해도 소용이 없을 거 같았다”고 씁쓸해했다. 이날 육군은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공관병 제도에 대해, 모든 장성급 부대를 대상으로 공관병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A씨는 “(공관병은) 일반부대보다 훨씬 폐쇄적이라 거기서 어떤 일들이 있더라도 이렇게 알려지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며 “문제가 생길 여지가 너무 많다. 당연히 폐지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방부는 박 사령관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판단하고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수사하기로 하고, 부인에 대해서는 참고인 조사 후 필요시 민간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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