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 출마 논란, 종지부 찍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지난 3일 8·27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선언을 놓고 당 안팎에서 갑론을박인데, 그의 출마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안 전 대표가 고심끝에 출마를 결심한 데는 나름대로 정치적 계산에 따른 판단이며, 그의 당 복귀에 적극 반대하고 나선 당권주자는 물론 소속 의원들도 자신의 이해관계, 합당하고 타당한 이유, 명분 등 일리가 있다. 안 전 대표의 출마문제를 놓고 더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소모적인 논쟁으로 비쳐지고, 당의 발전과 화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안 전 대표의 출마 선언이 당내에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켰다. 특정 후보의 출마를 두고 당내에서 찬반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적어도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의 공당에서는 참정권이 있다. 누구든지 경선에 참여할 수 있고 참여하는 것은 우리 당을 위해 사명감과 책임 아래에서 출마한다고 생각해서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이 취한 입장과 국민의 평가 문제를 놓고 시시비비 문제가 일어날 수 있지만 그것은 출마자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당원들의 결속과 단합된 힘으로 혁신하는 전대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특정인 출마와 관련한 논쟁이 과열되는 것을 삼갔으면 좋겠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박 위원장의 말이 옳다고 본다.

안 전 대표는 새로운 정치실험을 시도하는 데 성공여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

그는 지난해 실시한 20대 총선에 앞서 국민의당을 창당해 38석을 얻어 1996년 15대 총선 이후 첫 다당제를 구성하는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올 대선에 출마까지 했다.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씨 이후 독자적으로 정당을 만들어 첫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것은 한국정치사에 기록될 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가 만든 국민의당은 3김과 다른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3김의 정치적 텃밭이 철옹성 같다면 안 전 대표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지지기반을 하면서도 불안정한 것이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3김씨는 영남과 호남,충청지역이 든든한 정치적 버팀목인 반면 안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의지하려는 호남은 늘 가변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호남지역 출신 인사를 요직에 대거 발탁하는 등 이지역을 향한 ‘햇볕정책‘으로 호남지역에서 국민의당 지지도는 밑바닥에서 맴돌고 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협치‘를 내세워 고비고비마다 ‘우리가 남인가‘라며 어깨동무를 하는 것이 원외인사인 안 전 대표로서는 불안불안 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자신이 한번 더 금배지를 다는 것이 급선무이며,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관심사가 아니다.

다시말해 지금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정치인 ‘안철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 걸림돌로 여길지도 모른다. 특히 당권주자들은 안 전 대표의 당 복귀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안 전 대표는 3김 이후 첫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듯이 또 한번 새로운 길을 열어 나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김영삼(YS),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 패배 후 이듬해 13대 총선에서 당 총재로서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YS는 13대 국회 4당 체제에서 3당으로 밀려나자 3당합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져 1992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YS의 정치스타일을 꿰뚫고 있었던 DJ는 19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 선언을 한 뒤 영국에서 와신상담 후 김종필(JP) 자민련 총재와 DJP연대를 통해 집권했다.

YS와 DJ는 독자적으로 정권을 잡는데 힘이 부치자 통합,연대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 성공한 것이다. 안 전 대표가 YS, DJ의 정치적 결심을 답습할 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처럼 대선 3수 끝에 정계를 떠날 지, 아니면 안철수식 정치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지 주목된다. 그가 당 대표로 선출되면 9월 정기국회에서 국민의당이 어떤 모습으로 원내 제3당의 길을 걸을 지와 내년 지방선거 성적이 소속 의원들의 마음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세계일보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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