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K리그 '연봉 670억원 시대'의 민낯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676억원의 민낯은 참 부끄러웠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야심 차게 준비한 K리그 2017 올스타전이 굴욕으로 물들었다. K리그 정예멤버로 구성한 올스타팀은 지난 29일(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딩경기장에서 치른 동남아시안(SEA)게임 대표팀과의 올스타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벤트성 대회라고는 하지만 베트남 U-22 대표팀이 주축인 SEA게임 대표팀을 상대로 무릎은 꿇은 것은 꽤 충격적이다. ‘하노이 참사’라는 말도 무리가 아니다.

애초에 좋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클래식 12개 구단 주요 선수들은 이틀 전 소집해, 한 시간가량 손발을 맞춘 것이 전부이다. 여기에 선수단은 경기를 앞두고 팬 사인회와 축구 클리닉까지 소화해야 했다. 여기에 오는 2일(수)부터 시작하는 K리그 클래식 후반기 일정도 선수단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변명이다. 패배가 뼈아프고 부끄러웠던 것은 연맹과 선수단이 ‘프로 스포츠의 본질’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모든 스포츠는 승리를 위해 뛴다. 그 안에 피와 땀으로 장애물을 극복하고, 그 과정에 감동이 있기 때문에 팬들은 주머니의 돈을 꺼내 든다. 물론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 패배 속에서도 눈물을 찾는다. 스포츠를 드라마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연맹과 선수단은 이 모든 것을 놓쳤다.

최근 미국에서 열리고 있는 ‘2017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 대회를 보면 대조적이다. 이 대회 역시 프리시즌 이벤트이다. 타이틀이 걸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플레이에 소홀함이 없었다. 같은 날 열린 FC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전에서는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가 득점포를 가동하며 세계 축구팬을 열광하게 했다. 특히 최근 이적설로 뜨거운 네이마르는 절정의 골 감각을 선보이며, 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이 프로이고, 이러한 프로정신에 팬들은 열광한다.

K리그 클래식은 지난 시즌 선수 연봉 총액 676억1985만4000원을 기록했다. 국내 선수 연봉 총액만 따지면 412억4957만5000원으로 1인당 평균 1억1921만 8000원을 기록했다. 이번 올스타전에 출전한 선수들은 평균 연봉보다 훨씬 받은 금액을 받는다. 이들이 거액을 받는 이유는 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팬이 없다면 구단도 K리그도 존재할 이유가 없다. 연맹도 선수도 팬을 위해 책임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줘야 한다. 이벤트 경기라고 해도 승리를 향한 진중함을 잊어선 안 된다.

이번 올스타전은 ‘670억원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K리그의 민낯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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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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