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인 권력' 굳히기… 中 정치판도 요동

중국 언론이 유력한 차세대 주자였다가 기율위반 혐의로 낙마한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서기에 대해 연일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쑨 전 서기 낙마에 따른 일부 불만 세력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의 ‘1인 권력체제’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26일 쑨 전 서기의 비리 혐의와 실각 사실을 거론하고 “예외는 있을 수 없다. 비리 당원과 당 기율 위반자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시 주석의 부패 척결 움직임에 지지를 보냈다. 명보(明報) 등 홍콩 언론들도 쑨 전 서기가 “다수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고 수많은 혼외자식이 있으며, 명품시계 수집광”이라며 각종 부정부패 폭로에 나서고 있다. 

쑨 전 서기에 대한 중국 언론의 이 같은 비판에는 복합적인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쑨 전 서기에 대한 충칭지역의 일부 동정 여론을 잠재우고, 전통적인 중국 권력이양 방식인 격대지정(隔代指定) 관행이 깨지는 데 대한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격대지정이란 현 지도자는 한 세대를 건너뛰어 다음 세대 지도자를 낙점하는 것으로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중국 정치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쑨 전 서기의 낙마로 이 관행이 크게 흔들리면서 중국 정치판도에 후폭풍이 불고 있다. 무엇보다 쑨 전 서기와 함께 유력 체세대 주자로 꼽히는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 위상도 덩달아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면에서 낙마한 쑨 전 서기와 닮은 후 서기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다. 그는 시 주석의 정적으로 비리 혐의로 낙마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6세에 베이징 시장이 돼 주목받았던 루하오(陸昊) 헤이룽장성장도 최근엔 이렇다 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는 분석이 따른다. 아울러 19차 당대회에 참석할 전국대표대회 대표 명단에 친이즈(秦宜智) 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장관급) 등 공산주의청년당(공청단) 지도부가 대거 탈락한 것도 시 주석 1인 체재 공고화 작업의 일환으로 관측된다.

반면 시 주석과 인연이 깊은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와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당서기는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19차 당대회를 통해 최소한 정치국원으로의 진입은 확정적인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의 ‘1인 체제’ 공고화는 임박한 베이다이허(北戴河) 비공개 회동과 19차 당대회를 통해 사실상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은 보통 여름 휴가철을 맞아 친황다오에 있는 피서지에 모여 국정과 인사 방침을 논의한다. 이를 통해 차기 후계구도와 계파별 권력배분이 이뤄진다. 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 정법학원 교수는 “이번 파문의 중요한 점은 시 주석이 전임 후진타오·원자바오의 후계구도를 깨트렸다는 것”이라며 “시 주석이 베이다이허 회의 전에 정적들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라고 전했다. 결국 시 주석이 자신의 뜻에 따라 인사와 후계를 정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와 19차 당대회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상하이방(上海?)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공청단 세력을 무력화한 시 주석이 ‘1인 권력’으로 자리 잡는 정치과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세계일보 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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