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에 무슬림 기도실 설치해주세요"

“서울시청에 무슬림을 위한 작은 기도실이 설치된다면 앞으로 많은 무슬림이 마음 편하게 시청을 방문할 수 있을 겁니다.”

26일 오후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 상반기 전체회의’에 참가한 스위스 국적의 타카리 마리(27·여)씨는 무슬림을 위한 기도실 설치를 건의했다. 무슬림은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간에 맞춰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향해 기도해야 한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7년째인 마리씨는 “기도실이 없어서 지하철 역사 구석이나 건물 비상계단에서 기도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우리도 한국사회 일원으로 배려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마리씨는 “기도실이 늘면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에게도 친근한 이미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주민대표자 전체회의에는 마리씨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등 23개국 38명으로 구성된 외국인주민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무슬림 기도실 설치 외에도 △외국인 모국면허증 보관기관 연장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지구촌 전시 컨벤션 테마역 조성 △서울시 지도·안내판 개선 △만 65세 이상 장기체류 외국인 지하철 무임승차 지원 등 외국인 관련 정책 11건을 제안했다.

외국인을 위한 지도·안내판 개선안에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유가이 크리스티나(29·여)씨는 공감을 나타냈다.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대사관은 인근 지하철역 지도 안내판에 위치가 표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크리스티나씨는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을 찾아가려고 이태원역에 내렸지만 주변 지역을 안내하는 지도와 안내판 어디에도 우즈베키스탄 대사관 위치를 알리는 표시가 없었다”며 “대사관 위치 표시가 있어도 한국어와 영어로만 표기돼 영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읽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정책 당사자인 외국인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외국인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2015년 12월 외국인주민대표자 전체회의를 출범시켰다. 서울시는 유학생, 결혼이주여성, 외국인 노동자, 난민 등 다양한 체류유형의 외국인들을 공모를 거쳐 주민대표자로 선발했다. 전체회의는 반년에 한 번씩 열리며, 지난해 33건의 제안 중 ‘결혼이민자 자녀를 위한 모국어 교육’ 등 17건이 시 정책에 반영됐다.

안순화 서울시 외국인주민대표자 전체회의 위원장은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반영되면서 해당 정책에 대한 외국인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외국인주민대표자 전체회의가 외국인들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11건의 정책 제안을 충분히 검토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외국인 주민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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