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진단] 김호철 감독은 왜 도쿄행 확률이 '제로' 라고 말했나

[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혹시라는 말은요, 철저히 준비한 뒤 혹시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할 때나 쓰는 말이에요.”

김호철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은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에 대한 주변의 기대감에 솔직하게 말했다. 김 감독은 “냉정히 이대로면 출전확률은 제로”라고 말했다. 단호했다.

대표팀은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있다. 21일 출국해 8월3일 귀국하는 일정. 그 뒤 또 이란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최종예선에 참가해야한다. 8월6일 출국해 15일 귀국하는 쉴틈없는 강행군이다. 두 대회 모두 도쿄올림픽과 관련이 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 4강팀은 2019년 대회 때 4강 시드 배정을 받는다. 우승하면 아시아쿼터 1장으로 직행할 수 있다. 또 세계선수권 예선은 통과하면 내년 본선 참가만으로 랭킹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 호주, 이란 등 출전 경쟁국을 보면 한국은 가시밭길이다.

전력부터 정상이 아니다. 무릎 수술을 받은 문성민이 합류했지만 전광인, 이선규, 박상하, 곽동혁 등이 모조리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센터 신영석과 진상헌은 대표팀에서 무릎치료를 병행 중이다. 지금은 센터 없이 훈련하는 중이다. 김 감독은 더 이상 프로 구단의 눈치를 보기 싫어 지금 전력 그대로 돌진해볼 계획이다.

전력분석관 영입도 난항이었다. 돕기로 약속한 전력분석관이 갑자기 프로팀의 제의로 이적했고 해당팀이 대표팀 차출을 못마땅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은 김 감독이 개인적으로 다시 알아본 다른 분석관의 정보를 얻기로 했다.

선수들도 애국심만으로 버티고 있다. 당장 인도네시아와 이란으로 떠나는 길부터 긴장의 연속이다. 대부분 이코노미석이다. 올해부터 국제대회 항공권은 각국 협회가 부담해야한다. 재정이 어려운 협회는 부상이 있는 선수 몇몇을 위한 좌석을 제외하곤 이코노미석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이란 세계선수권 참가편의를 위해 결정한 KOVO 지원금은 어찌된 영문인지 여기에 쓰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인도네시아는 낫다. 특히 8월 이란 일정에 선수들은 벌써 겁부터 먹었다.

금전적인 혜택도 적다. 체육회와 협회수당을 모두 합쳐도 막내급 선수는 한 달에 200만원도 받지 못한다. 지금은 프로선수들에게 겨울나기를 위한 황금의 휴식기. 아무리 힘든 길도 의욕만 있다면 해볼만하지만 이는 강제로 되는 게 아니다. 진천선수촌에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지금 상황에서 즐기는 선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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