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보란 듯… 트럼프, 文대통령 손 ‘덥석’

문재인 대통령은 7·8일(현지시간) 이틀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세션 회의와 사교만찬, G20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등 약 20개의 일정을 소화하며 분주하게 보냈다. 북한 핵문제, 기후변화 대응 등 국제사회 주요 이슈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뿐 아니라 주요국 정상들과 상견례를 통해 우의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자평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차 회의 일정을 마친 뒤 열린 함부르크 필하모닉 주립 관현악단 공연에서 문 대통령에게 친근함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공연장 로열석에 왼쪽부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 트럼프 대통령 부부, 문 대통령 부부 순으로 자리가 배정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뜸 왼팔을 옆으로 길게 내뻗어 문 대통령 손을 잡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손으로 문 대통령 손등을 세 번 톡톡 두드리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미국의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맹비난한 후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냉랭해진 마크롱 대통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 크게 웃었다. 뒷줄에 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미묘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른쪽과 뒤쪽에 위치한 두 정상과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 같은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우리 외교 당국자는 “방독 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문 대통령과 유대를 쌓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장면”이라며 “방미 성과가 작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G20 기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등 국제기구 수장들과도 첫 대면을 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화제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총장님을 보좌하던 강경화 정책특보가 대한민국의 첫 여성 외교장관이 됐다. (총장님도) 아주 기쁘게 생각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사를 건넸다. 이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은 강 장관을 빼앗겨 많은 걸 잃었다. 조금은 아쉽다”며 농담으로 응수해 좌중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구테흐스 총장은 강 장관과 ‘볼 인사’를 나누며 친근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북한뿐 아니라 모든 이웃 국가들과의 건설적 대화를 추진한다는 (문 대통령)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유태영 기자, 함부르크=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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