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전설과 진실사이

사람들은 신화(神話)를 좋아한다. 이는 지친 현실에 대한 위안일 수도 있고 초월적인 힘을 가진 영웅을 기대하는 심리일 수도 있다. 그래서 초인을 기대하는 인간은 신(神)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어떤 서양의 학자는 기독교의 신은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신이 아니다. 그러나 ‘천신과 인간들의 스승’이라고 해 불교에서는 극도의 존경심을 나타내고 있다. 어찌됐거나 정신적인 영역을 다루는 영(靈)의 세계에서는 물질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기독교나 불교 뿐만 아니라 여러 종교의 전해지는 얘기에서는 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언젠가 어떤 분이 상담을 와서는 꿈 속에서 신비한 종소리를 들었는데 그 꿈을 꾸고 나서 요즘처럼 힘든 취업 시기에 자녀가 공무원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종소리가 마치 천상에서 울려오는 듯했다 한다. 자신은 보신각 종소리 밖에 들어보질 못했는데 그 소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으며 경주에 있는 성덕대왕 신종이 그토록 아름답다 하는데 꼭 한 번 들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성덕대왕 신종에 대한 야사가 예사롭게 들리질 않는다. 정말 전해지는 전설처럼 종을 만들 때 아기를 넣어 주조한 것일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얘기다. 왜냐하면 석가모니부처님 당시 브라만 사제들이 천도재나 하늘에 제를 지내면서 수백마리의 소와 양 등 가축들을 잡아서 공양 올리는 것을 보고는 매우 비판했다.

무릇 모든 존재들은 본능처럼 생명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신이나 인간 좋자고 산 목숨을 죽여가며 재를 올리는 것은 어떤 의미로도 용납될 수 없는 것이며 오히려 돌고 도는 윤회 속에서 원수와 재앙의 원인을 잉태하는 것이라 몹시 비판한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불교의 공양구를 만들면서 아기를 공양했다는 것은 불교의 기본 정신 상 맞지도 않는 것이다. 그러나 종소리가 신비로울 만치 울림이 좋은 맑은 소리를 내니 일반 종의 재질로는 낼 수 없는 소리기에 그리 말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얼마 전 뉴스에 나왔듯이 불교 유적지인 월성터에서 사람의 뼈가 발견되었는데 발견된 뼈의 자세가 마치 인신공양을 하지 않았나 하는 조심스런 추론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삼국시대는 불국토라 할 만큼 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 불교를 숭상했다. 그 중에서도 통일신라는 전쟁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사라지자 불법을 더욱 깊이 받들고 여러 불교문화 유산을 남겼다. 그 중의 하나가 그 유명한 성덕대왕 신종인데 별칭으로는 ‘에밀레종‘이라 불리기도 한다. 성덕대왕 때 주조되고 완성됐다 하여 공식적으로는 성덕대왕 신종이라 불리는데 이 종은 국고도 동원됐지만 불심 깊은 백성들의 시주를 받아 주조한 것이기도 하다.

불심 깊은 어느 가난한 부부는 도저히 시주를 올릴 형편이 되질 않자 아기를 시주했다는 것인데 그 진위 여부는 알 수가 없다. 종이 완성된 후 들리는 종소리의 여운이 마치 “에밀레 에밀레…”하며 들리는 것 같아 에밀레종이라 불리기도 하는 것인데 보다 깊은 연구가 있어야겠지만 월성터에 관한 기사를 보고는 성덕대왕신종의 주조에 아기를 공양했다는 전설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래저래 전설과 진실 사이는 얼마만큼의 간극이 있는 것인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종을 만들 때 아기를 넣었다니…. 그래도 그건 아닐 것이다. ★김상회의 풍경소리(02-533-8877)에서는 부산 및 지방 애독자들을 위해 전화 상담을 진행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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