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10승' 양현종이란 세 글자가 주는 무게감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양현종(29·KIA), 에이스의 품격을 말하다.

아홉수는 없었다. 양현종은 27일 광주 삼성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6이닝 3실점(3자책)을 기록, 시즌 10승(3패) 고지를 밟았다. 토종 투수 가운데 가장 빠른 페이스며, 외인 투수를 포함해도 팀 동료 헥터 노에시에 이어 두 번째다. 동시에 2013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16승-15승-10승-10승)를 달성하는 쾌거도 누리게 됐다. 선발투수에게 ‘10승’은 상징적인 수치다. 마운드 위에서 꾸준히 평균 이상의 몫을 수행했다는 의미다.

에이스의 책임감은 천적 앞에서도 묵직했다. 양현종은 지난해 삼성을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평균자책점도 5.72(2016시즌 평균자책점 3.68)로 다소 높았다. 투수의 승수와 기량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약점을 보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삼성전 첫 등판에서부터 승리를 낚으며 아픈 기억을 지웠다. 뿐만 아니라 이로써 양현종은 올 시즌 처음으로 전 구단 상대로 승리를 챙긴 투수가 됐다.

어려운 시간을 이겨냈기에 더욱 값진 기록들이다. 개막 후 7전 전승이라는 무시무시한 모습을 보여줬던 양현종은 이후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14일 SK전을 시작으로 5경기에서 3패만을 떠안았다. 일각에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유증 등 다양한 진단을 내놓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양현종은 고개를 저었다. 외적인 부분에서 핑곗거리를 찾기 보다는 스스로의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이미 양현종은 타이거즈 전설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5월 3일 통산 93승(시즌 6승)을 달성, 데뷔 11년 만에 김정수 3군 투수코치의 92승(타이거즈에서는 88승)을 넘어 타이거즈 좌완 최다승 기록을 다시 썼다. 통산 100승(현재 통산 97승)도 가시권이다. 만약 양현종이 통산 10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다면 KBO리그 역대 좌완 5번째이며, 타이거즈 최초의 좌완 100승 투수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어느덧 타이거즈의 자랑거리이자 자존심이 된 양현종이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OSEN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