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독종'… 송승준의 행보가 보여주는 수식어

[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경험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무기 중 하나다. 베테랑이 기둥을 잡아주면 전체의 안정감이 달라진다. 롯데 마운드에는 송승준(37)이 있다.

이를 악물고 자기가 한 말을 지켜냈다. 지난 21일 수원 kt전 등판 자체와 함께 거둬들인 소득(5이닝 2실점)은 올 시즌 송승준이 얼마나 독하게 버텨내고 있는 지 보여준다.

송승준은 지난 10일 울산 두산전서 햄스트링 통증을 호소하며 1이닝 만에 자진강판했다. 선두타자 민병헌에 3구째를 던지는 순간 왼허벅지 뒤쪽에 통증이 발생했다. 송승준은 고민하다 그대로 참고 던지는 건 팀에게 민폐라고 판단하고 스스로 공을 내려놨다. 레일리와 애디튼 모두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있는 위기 상황에서 당한 부상, 혼란스러웠다. 송승준은 ‘또 내가 말아먹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과거 당한 무릎 뒤쪽 윗부분이 아니었다. 허벅지 뒤쪽 가운데 부분이고 근막에 살짝 무리가 갔다는 소견을 받았다. 곧바로 조원우 감독에 보고했다. 롯데는 사직 KIA 3연전(13∼15일) 후 고척 수원 잠실을 거치는 원정 9연전에 돌입한 상황. 혼자 부산에 남기는 싫었다. 심리적으로 독하게 만드는 동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송승준은 “감독님, 열흘 뒤에 무조건 100% 상태로 만들겠심더, 1군에 동행하게 주십시오”라고 요청했고 허락을 받았다.

21일 등판은 정확히 말소 후 열흘을 채운 후 곧바로 복귀한 수순이다. 부상 직후에는 23∼25일 잠실 두산 3연전 중 하루를 복귀날로 조준했지만 그보다 이르게 돌아왔고 제 역할을 다해줬다.

2016시즌 전 송승준은 총액 40억원에 FA 잔류했지만 부상 릴레이로 인해 10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8.71(41⅓이닝)에 머물렀다. 겨울에는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았다. 롯데팬들은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치열하게 재활하더니 개막에 맞춰 돌아왔고 어린 투수진의 휴식을 위해 선발진에 합류하면서 전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선발성적은 훌륭하다. 8회 등판해 5승무패 평균자책점 3.15(40이닝 14자책)다. 이닝소화가 아쉽지만 이 정도만 해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박세웅(8승2패)과 함께 진짜 롯데의 원투펀치다. 레일리와 에디튼은 도합 23경기에서 5승이다. 베테랑의 품격, 송승준의 올 시즌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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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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