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스팅어, 속도감 하나는 명품!

[한준호 기자] 최고의 속도감 만큼은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다.

올해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업계는 물론, 자동차 소비자들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모아왔던 모델이다. 세계적인 스포츠카 마세라티를 연상시키는 멋진 외관에 제로백(출발 후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 4.9초는 많은 이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국산차 중 ‘GT(Gran Turismo)’ 엠블럼을 단 첫 차이기도 하다. GT는 장거리 주행에 최적화된 차량이라는 의미다. 고성능 차량이라는 인증을 받은 셈이다. 당연히 미디어 시승 역시 기대감을 갖고 참여했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청명한 날씨에 시승 코스는 속도를 내기에 충분했다. 전체 85㎞로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출발해 제2영동고속도로를 거쳐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까지 주행하는 코스로 평일에는 한산한 길이었다.

일단, 차량문을 열면서부터 눈이 휘동그레졌다. 운전자 체형에 따라 확장시킬 수 있는 ‘운전석 전동식 익스텐션 시트’ 때문이었다. 차량문을 열자 운전석이 뒤로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앉고 나서는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위치를 조절했다. 시동을 걸고 운전석에 등을 기대자 포근하게 조여주는 시트의 느낌이 좋았다. 스팅어는 스포티한 버킷 스타일 시트에 최고급 나파 가죽을 사용했다. 기어를 넣기 위해 살펴본 변속 레버는 BMW의 7시리즈 등 수입차에서 볼 수 있는 디지털 변속 레버였다.

차량을 출발시키자 후륜 구동 차량답게 뒤로 착 달라붙는 느낌과 함께 푹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스팅어는 긴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의 길이)를 바탕으로 전고가 낮고 후드가 길어 무게 중심이 낮은 ‘다운포스 디자인’을 연출했다. 에코, 스마트, 콤포트 등 다섯 가지 드라이빙 모드를 갖추고 있는 스팅어지만 스포츠 모드를 경험한 이후로는 다른 모드에는 더이상 관심이 가지 않았다.

드디어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앞에 차량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속도를 내봤다. 가속 페달을 밟고나서 불과 몇 초만이었다. 눈 깜짝할 새 앞에 안 보이던 차량이 코 앞에 등장했다. 속도계는 숫자 170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만큼 압도적인 속도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스팅어는 ▲3.3 터보 가솔린 ▲2.0 터보 가솔린 ▲2.2 디젤 등 총 세 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운영되는데, 시승차량은 3.3 터보 가솔린 모델이었다. 최고출력 370마력(PS)에 최대토크 52.0㎏f·m의 강력한 터보 엔진이다. 스팅어 같은 퍼포먼스 세단에 터보 엔진까지 달려있는데도 정숙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으르렁’ 소리는 커녕 프리미엄 세단을 타고 있는 듯 엔진 소리는 조용했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도 옆사람과의 대화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스팅어의 정체성은 살짝 마음에 걸렸다. 스포츠카라고 하기에는 세단의 느낌이 강했고, 세단이라고 하기에도 스포츠카 냄새가 강한 어중간함이 문제였다. 어쩌면 대중성과 마니아 취향을 동시에 저격하기 위한 기아차의 전략일 수 있다. 소비자에게 제대로 먹혀들지 관심이 간다.

tongil77@sportsworldi.com

사진 설명
기아차의 첫 고성능 퍼포먼스 세단 스팅어가 판매를 본격 개시했다. 최근 진행된 미디어 시승회에서 스팅어가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는 모습. 기아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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