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뼈저리게 느껴야할 ‘2군’
“솔직히 2군 리그를 찬성하는 구단이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정도를 제외하면 없어요. 여자부는 모두 반대합니다.”
이번 월드리그를 통해 한국 남자 배구는 충분히 가능성을 남겼다. 이강원이라는 ‘뉴 에이스’가 등장했고, 박주형의 맹활약 역시 반전이었다. 또한 이민규(OK저축은행) 황택의(KB손해보험) 노재욱(현대캐피탈) 등 3명의 젊은 세터는 세대교체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호철 감독은 “세터 3인방이 지금 속도로 계속 성장해준다면, 당분간 세터 걱정은 없다”고 설명할 정도로 각자의 강점을 알렸다. 여기에 원포인터 서버 역할을 했던 이시우(현대캐피탈)는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바로 이강원과 황택의, 이시우이다. 이강원은 2012∼2013시즌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은 특급 유망주였다. 그러나 라이트 포지션 특성상 외국인 선수에 밀려 출전 기회가 적었고, 라이트에서도 김요한(OK저축은행 이적)의 그늘에 막혔다. 센터로 나서는 경기도 있었다. 그러다 지난 시즌에 돼서야 주전급으로 도약하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100세트 이상을 출전했다.
반면 황택의와 이시우는 소속팀 감독의 신임을 얻어 꾸준히 출전했다. 황택의는 주전 자리를 꿰차며 플레이가 일취월장했고, 이번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시우 역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꾸준히 원 포인터 서버로 기회를 주며 성장을 도모했다. 즉, 경기에 많이 나설수록 젊은 선수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는 점이다. 2군 리그가 절실한 이유이다.
지난해 9월 여자배구 AVC컵을 떠올리면 2군 리그의 필요성은 더 간절해진다. 당시 리우올림픽 직후에 열린 대회였기 때문에, 김연경 이다영 김희진 박정아 등 핵심 멤버가 모두 빠졌다. 이에 2군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당시 대표팀에 V리그 소속 선수는 이고은 이영 이한비 황현정이 유일했다. 유소연 도수빈 등 드래프트에 참가한 고교 졸업반 선수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김주향 정호영 등 중·고등부 선수가 참가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대표팀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은 당시 베트남 무더위와 싸우며 투혼을 발휘했으나, 전패의 성적을 안고 귀국했다. 이들의 희생은 누가 보상할까.
만약 2군 리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신인, 젊은 선수의 출전 기회가 많아진다면 그만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2017∼2018시즌부터는 남녀부가 분리 운영된다. 2군 리그를 활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굳이 5세트제를 고집할 이유는 없다. 로컬룰로 적용해 본 경기 4∼5시간 전 3세트제 경기만 해도 젊은 선수가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여기에 부상 복귀 선수의 경기력 회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여자프로농구(WKBL)이 이와 같은 형식으로 2군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남자프로농구(KBL)는 D리그를 따로 운영할 정도로 2군 리그 운영에 적극적이다.
V리그 여자부 전 구단과 남자부 몇몇 구단이 2군 리그를 반대하는 이유는 한 가지 ‘돈’이다. 2군 리그를 운영하려면, 우선 선수단을 늘려야 한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더 많은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 당연히 셀러리캡을 늘려야 한다. 숙소와 구단 버스도 모두 늘려야 한다. 이러한 투자가 부담스럽다는 뜻이다. 이래서는 V리그의 발전도 없고, 당연히 한국 배구의 발전도 없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김연경이 은퇴하면 한국 배구는 하락세의 길을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그렇다면 어린 유망주의 성장을 도모하는데, 현재 시스템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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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배구대표팀의 공격수 이강원 / 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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