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한국 축구 '쓰나미', 슈퍼매치 덮쳐… 12년 만에 '최저 관중'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뜨거웠고, 열정적이었다. 승리를 향해 누구 하나 물러섬이 없었고, 치고받는 경기 속에 긴장감은 넘쳤다.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인 ‘슈퍼매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은 경기였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처한 위기의 돌풍은 피해갈 수 없었다. 12년 만에 슈퍼매치 최저 관중을 기록하는 오점을 남겼다.

수원 삼성과 FC서울이 격돌한 지난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총 2만140명의 관중이 찾았다. 2005년 6월12일 맞대결에서 기록한 1만9385명의 관중 이후 슈퍼매치 최저 관중이다. 이는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슈퍼매치의 관중 기록은 K리그 자존심을 지켰던 지표였다. 흥행 부진 속에서도 슈퍼매치만큼은 자존심을 지켰다. 매 시즌 경기당 평균 3만명 이상의 관중이 슈퍼매치를 찾았다. FC서울이 경기도 안양시에서 서울시로 연고지를 이전한 2004년과 이듬해인 2005년 각각 1만9385명, 1만9836명을 기록한 것이 양 팀 맞대결의 ‘유이’한 1만명대 관중 기록이다. 이후 양 팀의 맞대결에서 최소 2만5000명 이하로 관중 기록이 떨어진 역사가 없다. 특히 본격적으로 '슈퍼매치'로 불린 2007년 첫 맞대결에서는 무려 5만5397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스플릿시스템이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2012년에는 4경기를 치러 경기당 평균 관중이 4만명을 넘었다.

과거 관중 지표와 비교하면 이날 기록한 2만140명의 기록은 2004, 2005년 기록과 크게 차이가 없다. 불과 300∼800명 차이였다. 관중 기록이 과거로 회귀한 이유는 내·외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내부적인 요인으로는 스타 선수 부재가 대표적이다. 2007년 당시 슈퍼매치 스쿼드를 살펴보면 우선 FC서울은 이청용·기성용으로 이어지는 '쌍용'이 미드필더에 포진했다. 그리고 최전방에는 정조국과 박주영이 상대 골문을 노렸다. FC서울의 외국인 전성시대를 연 아디도 굳건하게 자리 잡았다. 이에 맞서는 수원 삼성은 김남일을 중심으로 이관우, 안효연이 중원을 지켰고, 측면에는 송종국이 활약했다. 여기에 수비진은 이정수와 마토가 책임졌고, 최전방에는 에두와 하태균이 활약했다. 특히 김병지와 이운재의 양 팀 수문장 대결은 백미였다. 

실력을 떠나서 관중의 눈을 사로잡는 스타성 측면에서는 현재와 차이가 있다. 최근 3∼4년간 K리그를 대표하는 두 구단이 지갑을 꽁꽁 닫은 여파가 현재에 이르렀다. 이는 두 구단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K리그 전체가 지갑을 닫은 지 오래다. 최근 이명주(FC서울)이 국내로 복귀했고, 윤빛가람, 한국영 등이 K리그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이는 오롯이 군 입대를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인 복귀이다. 이들은 언제 또 나갈지 모른다. 투자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그만큼 K리그의 가치는 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지난 16일에는 전북 현대의 전 스카우트 A씨가 숨을 거뒀다. 심판 금품수수 사건 이후 정확하게 1년 만이다. 과연 스카우트 A씨 만의 잘못이었을까. 심판에게 거마비를 지급했던 관행은 예전부터 내려오던 K리그계의 속설이다. 이 사건에서 모두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팬들이 발길을 돌리는 까닭에는 이유가 다 있다.

외부적인 요인은 더 치명적이다. 6월은 한국 축구의 빙하기가 됐다. 우선 한국 축구대표팀은 최근 치른 카타르전에서 패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아시아의 맹주로 꼽히던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바닥을 쳤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경질됐고,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사퇴했다. 혼란의 연속이다.

스포츠계에는 '국가대표가 잘해야 국내 프로 리그도 덩달아 흥행한다'는 속설이다. 남녀 배구 국가대표팀이 대한배구협회의 수준 이하 지원 속에서도 투혼을 불사르는 이유 역시 국내 프로리그 활성화를 위한 몸부림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이미 드러났다. 또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직후 K리그는 안정환-이동국-고종수로 이어지는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슈틸리케 감독의 부진이 K리그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한국 축구는 분명한 위기이다. 현재 처한 위기는 모두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서 더 안타깝다. 이 여파로 축구팬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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