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무슨 일을 해도 무탈한 윤달

한평생 살아가면서 아무런 탈이 없이 살 수 있다면, 누구나 바라는 게 그런 삶일 것이다. 무탈한 일상 어떤 걱정도 들지 않고 아무런 탈이 나지 않는 시기가 있다고 하면 귀가 솔깃할 것이다. 실제로 그런 시기가 있다. 바로 윤달이다. 윤달은 일 년 열두 달에 더해서 불어난 한 달의 기간을 말한다. 태음력상의 날짜가 계절과 한 달 정도 맞지 않는 시기가 있는데 이를 조절하기 위해 두 번 거듭되는 달이 윤달(閏月)이다. 윤달은 생각지도 않게 생겨난 가외의 달이어서 여벌달이나 남은달이라고 부른다. 일부에서는 덤달이나 공달(空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윤달은 예로부터 어떤 일을 해도 탈이 없는 달 무탈한 달로 여겼다. ‘윤달에 송장을 거꾸로 세워 놓아도 아무 탈이 없다’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이다. 돌아가신 분을 거꾸로 세워놓는 것만큼 불경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도 아무런 탈이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속담이다. ‘하늘과 땅의 신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달이어서 불경스러운 일도 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올해는 양력으로 6월24일부터 7월22일까지 윤달이 들어있다. 옛날부터 윤달에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관(棺)을 준비하거나 수의(壽衣)를 많이 만들었다. 왠지 꺼림칙한 일들을 탈이 나지 않는 윤달에 한 것이다. 집을 새로 짓거나 집을 수리하는 것도 윤달을 택했다. 이사를 갈 때는 손이 없는 날을 찾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윤달에는 어느 날에 어느 방향으로 이사를 해도 액운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윤달에 결혼을 하면 조상의 음덕을 받을 수 없다며 꺼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옛날에는 오히려 아무런 탈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윤달에 결혼을 하는 일이 많았다. 조선시대에는 액운이 끼지 않는 윤달에 결혼하면 오히려 더 잘산다고 믿었다. 불교에서도 윤달에 대한 풍속은 여러 가지가 내려온다. 동국세시기를 보면 ‘윤달이 든 해에 절에 세 번만 가면 모든 액이 소멸 된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부녀자들이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고 보시를 하는데 윤달 내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불공을 드리면 극락으로 간다는 믿음도 있어 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했다. 사찰에서 뿐만 아니라 무속에서도 윤달에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가 행해진다. 이는 살아 생전에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 사함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쌓이고 쌓인 업장을 미리 소멸시키고 나중에 죽어서 극락왕생하기를 비는 것이다. 이는 마치 생전에 지내는 자신의 천도재나 다름없는 행사이다. 그래서 윤달이 되면 곳곳의 절에 생전예수재를 지내려는 사람들이 이어진다. 필자가 주석하는 서오릉 월광사도 다르지 않다. 해가 바뀌어 윤달이 있는 시기에는 불공을 드리겠다는 항심(恒心)이 이어져 생전예수재나 기도를 올리게 된다. 액운이 없는 시기이고 어떤 일을 해도 탈이 안 나는 좋은 때를 맞이해서 운세의 힘을 북돋우려는 것이다. 불과 한 달이지만 그 해 내내 무탈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이번 윤달은 그동안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하는 기회로 삼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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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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