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슈틸리케호, '유효슈팅 0개'를 비난하진 맙시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슈팅 0개’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기록한 유효슈팅은 총 0개였다. 경기 내용에서도 슈틸리케호는 이날 졸전을 펼쳤다. 공·수 연결은 삐걱 소리를 냈고, 공격의 칼날은 상대를 베고 베도 상처하나 내지 못할 정도로 무뎠다. 당연히 비판과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오는 14일 오전 4시(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자심빈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8차전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휴화산이었던 슈틸리케 감독 ‘경질론’은 이라크전을 통해 다시 전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카타르전 결과에 따라 모든 것이 폭발할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바로 ‘유효 슈팅 0개’이다. 이라크전 이후 ‘유효 슈팅 0개’에 대한 비난이 폭주했다. 분명한 것은 ‘유효슈팅 0개’라는 결과, 수치만 두고 맹목적인 비난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축구 경기에서는 단 1개의 슈팅이 골문으로 들어가 승리하는 경우도 있고, 10개가 넘는 유효슈팅이 모두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실제 잉글랜드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20일 아르헨티나전에서 답답한 경기를 펼쳤지만, 3-0 완승을 했다. 전반전에 기록한 1개의 슈팅이 골로 들어갔다. 경기 내용만 두고 본다면 잉글랜드의 경기력은 아르헨티나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잉글랜드는 ‘뻥축구’ 그 자체였다. 기니전도 그랬고, 대한민국전도 같은 양상이었다. 그런데 잉글랜드는 현재 대회 결승까지 진출했다.

잉글랜드가 ‘뻥축구’로 결승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반사항을 완벽하게 준비했다. 뻥축구 자체를 두고 고민한 것이 아니라, 뻥축구를 극대화하기 위한 준비에 집중했다. 역습을 살리기 위한 수비 전술부터 시작해,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역할 분배로 ‘킥&러시’에 최적화된 포메이션을 구축했다. 프로배구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V리그 삼성화재는 ‘왕조’를 구축하며 정상에서 굴림 했다. 당시 주요 전술은 외국인선수가 주도한 ‘몰빵 배구’였다. 몰빵 배구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그런데 삼성화재가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몰빵 배구 자체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몰빵 배구를 극대화하기 위해 완벽한 수비 조직력과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많은 배구단이 몰빵 배구를 하고 있지만, 삼성화재처럼 강력한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수비 조직력과 시스템 구축과 같은 제반사항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틸리케호도 마찬가지다. 유효슈팅 0개라는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구체적이지 못한 공격 전술과 제반사항 미비에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카타르전을 앞두고 “손흥민을 중심으로 공격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이 상대 집중 견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제반사항을 마련하는데 집중했어야 했다. 역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수 전환 패턴이나, 황희찬(잘츠부르크) 황일수(제주) 이근호(강원) 이재성(전북) 등을 활용한 공간 창출 패턴, 손흥민 집중 견제를 역으로 이용해 상대 허를 찌르는 공격 옵션 등 대표팀 특성에 맞는 공격 전술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이라크전에서는 이러한 전술를 실험했어야 했다. 스리백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구체적인 공격 전술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슈틸리케호는 구체적인 전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격이 무뎌지는 상황에 직면했고, 이 때문에 슈팅 0개라는 결과를 낳았다. 단순히 유효 슈팅 0개를 비난할 경우, 이는 공격진의 심리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부담감은 카타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공격진의 슈팅 난사라는 최악의 결과로 드러날 수 있다. 즉, 비판은 슈팅 0개가 아니라 ‘전술적 준비 부족’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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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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