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민주주의·혁명 성지 연쇄 테러 … IS "우리가 배후"

이란 테헤란 도심 의회 의사당과 테헤란 남부 이맘호메이니 영묘에서 7일(현지시간) 자살폭탄 및 총격 테러가 잇달아 발생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이란의 민주주의와 혁명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연쇄공격이 일어난 것으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이번 테러 배후를 자처했다.

이란국영방송과 반관영 IRNA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소총 AK-47, 권총으로 무장한 괴한 4명이 의회 의사당 건물로 진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 중 한 명은 의회 회기가 한창 진행 중인 4층에서 자폭테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경비원 1명 등이 숨지고 최소 8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타스님뉴스는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경비원을 포함해 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목격자들은 무장괴한들이 4층을 점령한 뒤 길거리를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고 전했다.

테헤란 시민 에브라힘 가니미는 AP통신에 “처음에 아이들이 폭죽 장난을 하는 줄 알았지만 사람들이 도망가고 숨는 것을 보고 테러가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사당 일부 지역을 장악한 채 인질극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다 오후 3시10분쯤 경찰에 모두 사살됐다.

의사당 테러가 발생한 지 30분 뒤에는 이란 국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영묘(이맘호메이니 영묘)에서 자폭 및 총격 테러가 발생했다. 여성을 포함한 4명인 무장괴한 중 한 명이 폭탄조끼를 터뜨렸고, 다른 테러범들이 영묘 서쪽 출입구로 들어와 관광객, 시민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영묘 입구를 지키던 경비원과 정원사 등이 숨졌고, 테러범들은 출동한 경찰에 모두 사살됐다.

IS는 테러 발생 3시간 만에 선전 매체 아마크 통신을 통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 통신은 “IS에서 온 전사들이 테헤란의 의회와 호메이니 무덤을 공격했다”고 전했고, 의사당 내부로 보이는 장소에서 남성 1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장면이 담긴 16초짜리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공격은 IS가 이란에서 저지른 첫 테러 사례가 된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이번 공격은 총기가 엄격히 통제되고, 치안이 안정된 이란에서 연쇄적이고 조직적으로 발생한 데다 이란의 민주주의와 혁명을 각각 상징하는 의회와 이맘호메이니 영묘를 택해 감행됐다는 점에서 충격파가 컸다. 첫 번째 테러가 발생한 이란 의회는 여성 의원들은 물론 기독교,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를 대표하는 의원들이 활동하는 곳으로 이란 민주화를 상징한다. 또 이맘호메이니 영묘는 1979년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이끈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잠들어 있어 이란 국민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린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 이란 고위 인사들이 종교 기념일마다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가운데 IS가 이런 어수선한 중동정세를 활용해 수니파와 시아파 간 갈등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테러를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우디가 테러단체를 도와준다는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지만 카타르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유착관계가 이번 외교 단절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는데, 극단주의 수니파 사상을 신봉하는 IS가 이란을 공격함으로써 종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의 도움을 받은 시리아 반군에 패퇴하고 있는 IS는 올해 3월 이란을 정복하겠다는 내용의 선전물을 유포하는 등 종파 청소를 조장해 왔다.

세계일보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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