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안팎 "홍준표 페이스북 자제해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잇따른 페이스북 발언에 대해 한국당 안팎에서 “도가 지나치다”며 볼멘소리가 나온다.

홍 전 지사는 대권 도전에 실패한 직후인 지난 12일 미국으로 떠나 선거운동 기간 결혼한 차남 정현씨 부부를 만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미국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한국당에 쓴소리를 계속해 왔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에 대해 ‘바퀴벌레’라며 강공을 퍼부었다가 당 일부 의원들로부터 ‘낮 술 드셨나’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홍 전 지사의 페이스북 발언에 대해 한국당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홍 전 지사가 지난 22일 “(한국당은) 선거 패배 후 당직자들에게 보너스 잔치를 했다고 들었다”며 “그동안 한국당은 웰빙정당이었다. 치열한 사명 의식도 없었고, 투철한 이념도 없었다”고 자조한 것에 대해 당직자들은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한 한국당 당직자는 “당직자들이 보너스 잔치를 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밀려 있었던 선거운동기간 임금과 초과 근무수당을 정산한 것이었다”며 “물심양면으로 홍 전 지사의 대선을 지원했다가 배신을 당한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홍 전 지사는 당직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

홍 전 지사가 당권 도전을 위해 오는 6월4일 귀국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홍 전 지사의 페이스북에 대한 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당과 아무런 상의 없이 계속해서 메시지를 던지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정치인이 직접 시민과 소통을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차기 당 대표로 뽑힐 가능성이 큰 홍 전 지사의 경우는 보다 메시지 전달에 주의를 기울이고, 가능하다면 (당 대표가 되면)당 관계자들에게 계정관리를 맡기는 방안도 검토해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전 지사는 이런 당 안팎의 우려를 의식한듯, 지난 23일부터는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리지 않고 있다.

세계일보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