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버거' 물렀거라 '야채버거' 나가신다

맥도널드와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을 탄생시킨 미국처럼 버거와 치킨 메뉴가 다양한 나라도 드물다. 미국에서 햄버거는 으레 쇠고기 등 육류를 이용한 육식 패스트푸드로 인식돼 왔다. 요즘 미국 버거 업계에서는 기존의 관행을 타파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버거의 내용물 자체를 바꾸는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우버택시에 배달 시스템을 연동하거나 앱을 이용한 방식 등으로 주문과 배달 부문에서 일군 혁신을 넘어서는 것이다. 내용물 혁신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 ‘야채버거’(사진)의 인기이다.

야채버거는 푸드기업 ‘임파서블 푸드’가 내놓은 대표 상품이다. 음식전문매체인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임파서블 푸드는 2011년 창립된 신생 ‘푸드테크’ 기업이다. 패트릭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스탠퍼드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이 회사를 차렸다. 여러 차례의 실험을 거쳐 지난 3월 내놓은 임파서블 푸드의 야심작은 두부와 채소, 콩, 버거 등 식물성 원료로 만든 야채버거였다. 야채버거에 들어간 ‘인공 고기’는 맛과 냄새, 식감을 기존 쇠고기의 수준에 맞췄다는 게 임파서블 푸드의 설명이다. 브라운 CEO는 야채버거는 단순히 채식주의자를 위한 게 아니라 육식주의자의 입맛까지 고려한 대안 식품이라고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구글벤처스는 이 회사의 미래를 낙관하며 지금까지 1억8000달러를 투자했다. 임파서블 푸드는 로스앤젤레스 등을 중심으로 9곳에 체인점을 뒀다. 앞으로 체인점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게 임파서블 푸드의 예측이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의 1만1000여개 슈퍼마켓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야채버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의 최대 재벌인 리카싱은 쇠고기 햄버거 재료를 위한 대규모 가축 도축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환경 친화적인 재료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경론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다. 야채버거의 패티는 5.99달러에 판매되고 있으며 완제품 야채버거의 값은 16달러가량이다. 브라운 CEO는 “기술 개발과 투자 증대를 통해 3년 이내에 야채버거의 패티 가격을 크게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 체제가 도래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육류업계는 아직 크게 긴장하지 않고 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쇠고기 소비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세계일보 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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