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운명' 4가지 시나리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상과 침몰 위기의 전개 과정은 미국 현대 정치사의 최고 서스펜스 드라마로 꼽히고 있다. 이 스릴 만점의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있는 대본은 없다. 어떻게 대단원의 막이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와 미국 언론은 지금 ‘트럼프 드라마’의 예상 시나리오를 쓰기에 바쁘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에 관해 △의회의 탄핵 △자진 사퇴 △ 화려한 재기 △위기의 장기화 등 4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고 시사 종합지 애틀란틱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틀란틱은 현재로서 가장 확실한 것은 트럼프의 미래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는 사실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의회의 탄핵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그를 탄핵하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다만 정치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정국 구도에서 트럼프 탄핵은 ‘봄날의 꿈’에 불과하다고 일축해 왔다.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에 앞장 선 것은 1867년 앤드루 존슨 당시 대통령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을 파헤칠 로버드 뮬러 특검이 임명되면서 ‘탄핵’은 워싱턴 정가의 키워드가 됐다. 미국 최고의 칼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뮬러 특검이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이 지난 대선에서 공모했던 증거를 찾아내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질서 방해 행위를 입증하면 탄핵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2018년 말 실시되는 중간 선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선거에서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탈환하면 하원에서 트럼프 탄핵안을 가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통령 탄핵안은 하원에서는 단순 과반수, 상원에서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된다.

◆트럼프의 자진 사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이전의 시절이 그립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하루도 바람잘 날이 없을 정도로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과 야당에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등 평정심을 잃어가고 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대체적인 평가이다. 그는 대통령에 대한 각종 브리핑 듣기를 귀찮아 하고, 백악관에 갇혀 사는 생활이 답답하다며 주말마다 백악관을 뛰쳐나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폭스 뉴스의 존 무디 편성국장은 최근 “트럼프가 과연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고 싶어하나?”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직면하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처럼 자진 사임하는 방안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애틀란틱이 전망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디어와 여론의 압력에 굴복해 스스로 대통령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 측근들이 설명했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특검의 조사를 ‘역사상 최대의 마녀 사냥’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 자리가 싫어질 수는 있으나 정적 앞에서 무릎을 꿇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주장이다.

◆트럼프의 화려한 재기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화려하게 재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그가 구체적인 범법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사법 질서 방해 행위에 대한 입증도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수사 과정을 거쳐 ‘러시아 커넥션’의 멍에를 벗어 던지고,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집권 초반에 궁지에 몰리고, 집권 1기에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으로 인해 탄핵 위기에 몰렸다가 재기했다.

애틀란틱은 트럼프 대통령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 그가 공화당의 대선 주자가 될 것으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공화당 후보가 된 뒤에도 본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 언론과 전문가도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당당하게 백악관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상 유지 속 위기의 장기화

트럼프 위기의 드라마 전개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고, 지루해질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 정가가 시끄러운 것과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넘어질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이 나오지 않고, 현재와 같은 긴장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 트럼프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은 워터 게이트 사건이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 정부 시설의 이란­-콘트라 스캔들의 재판이 될 수 있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1986년 미국이 테러 국가로 지정했던 이란에 불법적으로 무기를 판매하고, 그 대금으로 니카라과 반정부군을 지원한 사건이다. 이 사건이 터지자 ‘제 2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라며 레이건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기도 했으나 수사 기간이 몇 년이 걸리면서 야당은 레이건 탄핵을 포기했다.

정치 평론가 데이비드 프롬은 “뮬러 특검의 트럼프 대통령 조사에는 앞으로 몇 개월이 아니라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일보 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