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빚으로 버틴다"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시점에 '나홀로 사장(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이 된 취업자들이 14년여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자영업자 수는 55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3000명 증가했다. 2002년 4월의 22만명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자영업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 2월 기준 395만4000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13만7000명 늘었다. 2002년 3월의 16만8000명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불황으로 취업이 어려워 자영업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본금이 부족해 종업원 없이 개업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별다른 기술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업종에 자영업자들이 몰리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자영업의 대표적인 업종인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2011년 185만4000명으로 저점을 찍은 뒤 5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227만7000명까지 불어났다.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 선택?

지금처럼 재취업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영세 자영업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창업이라기 보다는 '취업의 대안'으로 봐야 한다는 진단이 많다.

즉, 등 떠밀려 '나홀로 사장'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더 큰 문제는 경기여건이 좋지 않아 자영업 매출이 부진하고,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점차 빚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연 매출 1200만∼4600만원 미만인 자영업자 비중이 30.6%로 가장 컸다. 1200만원 미만 자영업은 21.2%였다.

다시 말해, 절반 가량의 자영업자 월평균 매출이 383만원 미만이라는 것이다. 383만원에서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을 빼면 실제 손에 쥐는 소득은 거의 없다.

◆"자영업 뛰어들기 전엔 대부분의 사장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줄 알았어요"

상황이 이렇자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장사하면 할수록 손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자영업자 김모(51)씨는 "알바 등 직원을 고용하면 편하긴 한데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혼자 하거나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일손을 보태고 있다"며 "자영업을 시작하기 전엔 대부분의 사장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줄 알았다"고 전했다.

동네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44)씨는 "일부 사람들 자영업자들 상술이니 뭐나 손가락질 해대는데 그들이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랬을까 싶다"며 "다 사정이 있고 어쩔 수 없으니 그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 규모는 480조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1년 전인 2015년 말(422조5000억원)보다 57조7000억원(13.7%) 늘어난 것으로, 올해 들어 가계대출은 둔화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영업자 대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불황에 매출이 부진하고 신규 창업 수요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세자영업자들 금리 상승시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폐업위험도가 7.0∼10.6% 올라간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방적인 대출 규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우려가 높다며 정책금리 지원, 제1금융권 대출을 위한 담보력 지원 등을 병행한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일보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