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금융계열사 '통합감독시스템' 도입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통합감독시스템은 ‘재벌개혁’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금융 자회사를 여럿 거느린 삼성, 현대차, 한화, 동부 등 금산(금융·산업) 결합 그룹과 미래에셋처럼 금융전업그룹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14일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대통령 공약 사안이기 때문에 준비하고 있다”며 “대통령 업무보고 후 도입 일정 등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감독 대상이 되는 금융그룹 선정 기준으로는 그룹 내 금융자산 5조원 이상, 그룹 내 금융자산 비중 40% 이상 등 다양한 안이 제시되고 있다. 선정 기준에 따라 4∼10개의 그룹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그룹은 삼성이 될 전망이다.

통합감독시스템은 금융회사의 자본 적정성을 개별회사가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감독은 은행, 보험, 증권 등 권역별로 개별 금융사의 부채 총액, 자본금 등을 파악해 건전성을 판단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개별 금융회사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계열사를 묶어놓을 경우 생기는 위험을 놓치게 됐다. 동양 사태가 대표적 사례다. 동양그룹은 2013년 대부업체인 동양파이낸셜대부를 통해 계열사에 자금을 불법 지원했다. 또 동양증권을 통해 부도 직전의 자회사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판매해 개인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000억원대 손실을 입혔다.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 논의는 4년 전 시작됐다. 금융위는 2013년 11월 ‘동양그룹 문제 유사사례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대책’에서 시동을 걸었다. 금융위는 당시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에 대한 효과적 감독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엔 국제통화기금(IMF)이 “은행 부문에 초점을 둔 개별 감독 방식에 머물러 금융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와 사전예방적 분석이 미흡하다”며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을 권고했다.

금융위는 2015년 대통령 업무보고에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으나 지난 한 해 동안 진척이 거의 없었다.

세계일보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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