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역과 무속을 찾는 이유

한민족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함께 이어져온 무속은 자연스럽게 우리민족의 정신세계 속에 자리를 잡았고 무속 의식이었던 굿 춤 소리 등은 전통문화의 한 갈래가 되었다. 이렇게 유전자처럼 새겨져 있는 무속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굉장히 친숙해서 떼려고 해도 떼기 힘든 관계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아가는 중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무속을 찾아 간다. 기업가 권력자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인은 물론이려니와 기업가나 권력자들 특히 권력 중에 가장 큰 권력을 지닌 왕들도 무속의 힘을 빌렸다는 건 역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만큼 무속의 가치와 효험이 인정받았던 것이다.

역사 속의 사례를 비추어 보면 요즘 기업가나 권력자들이 무속이나 역을 찾는 건 운명과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기업가는 자신의 결정 하나로 기업의 명운이 결정된다. 자칫하면 한 번의 판단이 기업전체를 흔들리게 할 수도 있다. 위험 속에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자신의 판단으로 결정을 내리고 모든 리스크를 책임져야 하는 기업가는 항상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사람은 잠시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하는 존재이다. 그런 상태에서 위험을 내다보고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다면 당연히 알고 싶을 수 밖에 없다. 그래야 미래의 리스크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기업가가 사원 면접장에 역학자를 동석시켰다는 건 공공연한 얘기가 되었다. 어떤 기업에서는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마다 역학자의 자문을 받는다. 역은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철학이며 이론이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 명운이 달린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 생길 변화의 형국이다. 자기 인생에서 펼쳐질 변화의 물결이 어디서 어떻게 몰려오느냐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면 자리를 유지하고 실패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들 역시 세상 누구보다 불안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앞길이 궁금하고 심대한 타격이 될 일을 마주한 사람들 그들에게 역과 무속은 때로는 평안을 주고 때로는 위안이 된다. 그리고 도전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기업가 정치인이라고 일반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 그들도 일반인들처럼 자신의 운명과 변화가 궁금하다. 역과 무속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상담의 기능이 강화됐다. 피흉취길(避凶就吉). 각자의 운명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보여주고 흉한 일은 피할 수 있도록 대비하게 해주고 좋은 일들은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일반인이건 기업가이건 권력자들이건 인생의 어려운 고비에서 방향을 제시받고 지혜를 얻는데 누가 마다할 것인가. 짊어진 짐이 훨씬 무거우니 그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어 한다.

돈이나 권력이 충분히 있는데 왜 역과 무속을 찾느냐고 하지만 일반인보다 오히려 변화보다는 안정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지킬 것이 많으니 더 많이 찾아오는 순환현상이 벌어진다. 그래서 그들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알고자 한다. 상담을 받고 수긍할만한 결과를 얻었기에 또 다시 결과를 알고자 발길을 한다. 지속적인 상담이 이어지거나 아예 역학자를 자문역으로 두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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