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법조인의 사주

한 청년이 상담을 왔다. 들어서는 인상이 눈매도 단아하며 얼굴에는 굳은 결기가 돋보였다. 가끔 필자는 사주명조를 펼쳐보기 전에 그 사람의 인생여정이 여느 경우보다 강하게 스치듯 각인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청년이 그러하였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필자가 “진로 방향은 본인이 생각한 대로 밀고 나가면 됩니다. 남의 말 듣지 말고 본인 뜻대로 하세요”라고 쏟아낸 것이다. 그랬더니 청년 왈 “제가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아시나 보네요?” 한다. “진로고민이 있지만 본인은 평범한 직장생활이 아닌 법조계 쪽의 관운이 큽니다. 어디 생년월일 좀 봅시다.” 하면서 상담이 시작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청년은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유수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법학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사주명조상에도 관성이 출중한데 인수가 떠받치고 있으니 분명 고위직까지 바라볼 수 있음이요 그 관성의 속성이 금성(金性)과 수성(水性)으로 흐르고 있으니 분명 말과 법을 함께 다루는 분야다. 당연 법조계가 우선이며 그 다음 차제라면 언론계도 엿보이나 만약 언론계로 간다면 훗날 공직계로 전환을 하게 될 것이다. 장생의 기운으로 새로운 환경과 시작을 의미하며 이른바 귀인으로 불리는 보호자와 후견인을 만난다. 정신적 측면에서 정치상의 책략에도 능하게 되는데 외모에서도 재기가 높고 총명하다. 더불어 본인 자신이 법학대학원을 맘에 두고 있으니 운상으로도 고민할 이유가 없다.

청년은 자신의 사주명조에 대한 풀이를 듣고 나더니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사무실을 나섰다. 법학대학원 학비가 만만치는 않지만 그간 직장생활을 해서 벌어놓은 돈으로 학비를 충당하겠다고 했다. 사실 이 친구같은 경우는 사법고시 준비를 해도 분명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운기를 지니고 있었다. 몇 년 전만 같아도 사법고시제도가 법조인을 배출하는 유일한 길이었으나 사시제도가 폐지되고 법학대학원제도가 생긴 지금은 대학을 졸업한 많은 이들이 다시금 전문 법조인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폐지된 사법고시 제도는 학력과 집안의 경제적 여유에 상관없이 말 그대로 개인의 노력에 의해 개천에서 용 나는 확률이 높은 제도였다. 그러므로 나이 오십이 될 때까지도 사시 패스에 목숨을 건 만년 고시생이 가장 많은 분야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바뀐 법학대학원 제도 즉 로스쿨제도는 학비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에 다시 3년을 더 공부해야 하는 제도다. 그러니 경제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말 가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니 벌써 몇 년 안 된 법학대학원 출신자들의 주소지가 거의 강남이란 말까지 있는 것이다. 물론 법학대학원의 설립 기준도 심사를 통과한 대학에 분배하여 전국에 산재한 지방대학에도 법학대학원이 설립되게 되어 앞으로의 법조인들은 과거와 달리 지방대 출신들도 많아질 것이며 그 수 또한 과거보다는 몇 배 더 법조인들을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벌써부터 법학대학원 출신 법조인들이 많아져 갈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들리기도 한다. 고급 엘리트 관료로서 상대적 특권이 많던 과거 사시 출신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한다. 그러나 어디나 경쟁 없는 곳이 없으며 건전한 경쟁을 통해 질 높고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현재 법학대학원 시스템의 기대할만한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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