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트와이스, 언제 일본시장 침투할까?

걸그룹 트와이스가 스페셜 앨범 ‘트와이스코스터: 레인 2’를 발표했다. 20일 공개된 앨범 타이틀곡 ‘낙 낙’은 즉시 멜론 등 8개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뮤직비디오도 공개 9시간 만에 유튜브 350만 뷰를 돌파했다. 명실 공히 4연타석 홈런 예고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현 시점 트와이스 관련 최대 화젯거리는 신곡의 성공 여부가 아니다. 일본시장 진출 여부, 그리고 그 시기 가늠이다. 2주 전 도쿄 시부야의 유명백화점 109 외벽과 주변 대형 전광판, 하라주쿠 지하철 역사 등에 트와이스 포스터와 관련 영상들이 소개되면서 시작된 화두다. 일본 데뷔 직전의 대대적 포석이란 해석이다.

트와이스의 일본 진출 여부가 이처럼 과열된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가 있다. 첫째, 지금 당장 닥친 한류 위기의 탈출구 모색 차원이다. 싸드 배치 문제로 중국 측 한류 블로킹이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지금, 한류의 남은 캐시카우 시장은 일본뿐이다. 이에 애초 일본인 멤버 3명을 넣어 일본 진출용 구색을 갖춰놨던 트와이스가 과연 어디까지 일본시장에 침투할 수 있을지에 따라 향후 전체 한류의 흐름과 면모가 뒤바뀔 수밖에 없다.

둘째, 사실 이게 더 중요한 부분일 수 있는데, 한류의 새로운 단계에 대한 실험 차원이다. 정확히 10년 전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노래 등 문화 상품에 ‘한류’라는 국가 레이블(상표)을 떼내야 한다”며 “한국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앞으론 한국적인 성향을 띠지 않은 다양한 주제를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일갈한 바 있다. 수년 뒤 SM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영민은 더 노골적이며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2011년 김 대표는 한 일본 버라이어티 방송에 출연, “우리 회사에서 일본인을 데려와 일본어 가사로 일본에서 음반을 발매한다고 할 때 이것은 K팝인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화두를 던지며, 이것이 바로 한류를 넘어선 개념, ‘아시아류’임을 밝혔다.

트와이스는 바로 이 같은 K팝 선두기업들이 일목요연하게 주장하고 지향하던 한류의 미래 버전으로 등장한 팀이다. 작곡가 등 스태프는 세계 각지에서 불러 모았고, 구성원도 아시아권 내 다국적이다. 여기서부턴 기존 ‘한류’란 개념이 무색해진다. 각 음악기업들의 특색과 방법론들만 남는 시장개념, ‘JYP류’ ‘SM류’ ‘YG류’가 탄생되는 시점이다. 패권적 민족주의 개념에서 벗어나는 개념, 박진영이 10년 전 그토록 부르짖었던 개념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보이그룹이 아닌 걸그룹일 수밖에 없다. ‘한국을 소비하는 일본-한류, 여성, 드라마’의 저자 히라타 유키에는 저서에서 초난강(쿠사나기 츠요시)의 한국 진출이 우스꽝스런 광대의 모습으로 이뤄진 데 대해 “초난강의 한국 진출 방식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역학과 민족 감정을 고려한 선에서 기획된 것”이라며, ‘남성’이란 젠더가 지닌 ‘강함’ ‘완벽함’ ‘위협감’ 등 이미지가 해외진출 시 걸림돌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초난강은 결국 희화화를 선택한 것이며, 궁극적으론 여성의 부드러운 이미지가 문화․민족지배적 색채를 지워줘 보다 대중적인 어필이 가능해진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동방신기 등 한국 보이그룹들이 수년에 걸쳐 일본시장에서 맹활약을 해왔음에도, 정작 공영방송 NHK의 메인뉴스가 한류 현상을 대대적으로 다룬 건 카라에 이어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이 가시화된 시점이었다. ‘여성’들이 들어와 반응을 얻으면 비로소 진정한 대중화가 시작된다는 논리다. 새로운 한류의 3.0 버전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 엔터테인먼트업계 입장에서 트와이스의 향방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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