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마음 속 응어리 녹이는 '우수'

봄 그리고 개구리라는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단박에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우수(雨水)라는 절기가 그것이다. 우수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얼굴을 밝아지게 만들고 굳었던 낯빛 또한 풀어지게 한다. 우수가 되었다는 건 긴 겨울의 추위가 지나가고 이제는 봄을 맞을 때가 됐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겨우내 힘들게 하던 혹한이 떠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과 몸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그런 겨울이 떠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바로 우수인 것이다. 우수는 봄으로 들어선다는 입춘의 15일 후이고 개구리가 겨울잠을 깬다는 경칩보다는 앞에 자리하고 있다. 음력으로는 정월에 들고 양력으로는 2월 19일이나 20일 경에 드는 경우가 많다.

우수(雨水)는 글자 그대로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말이다. 추운 겨울이 떠나고 우리 곁에 봄이 온다는 것을 글자가 아닌 그림으로 보여주는 운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는 꽃샘추위가 기세를 올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봄의 기운을 이기지는 못한다.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것이다.

우수를 지나면 살을 에는 듯 했던 겨울바람이 약해지고 봄의 기운을 가득 품고 있는 훈풍이 불어온다. 산과 들에도 푸른 초목이 싹을 틔우려는 움직임이 느껴지는 시기가 바로 이 즈음이다. 우수에서 경칩에 이르는 시기부터는 양(陽)의 크기가 점차 커지고 반대로 음(陰)의 크기는 자꾸 작아진다. 음과 양은 어떤 시기에 한쪽이 커지면 다른 시기에는 또 다른 쪽이 커지면서 전체적으로는 항상 일정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음과 양의 반복과 순환이 계속되면서 마치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자연의 흐름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모습은 우주 전체를 구성하는 것이 음양오행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표이기도 하다. 겨울이 지나가면 봄이 오는 자연의 흐름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자연의 순환을 당연히 오고 가는 것으로만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삶의 기쁨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봄이 그냥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주가 선물을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이런 삶 속의 기쁨들을 놓치지 말아야 살아가는 의미가 커진다. 봄은 희망을 의미하며 생명력을가득 채우는 계절이기도 하다. 우수가 지나면 그런 봄이 우리에게 달려온다. 이렇게 좋은 계절이 오는데 어떤 사람들은 겨울 같은 마음을 계속 품으면서 살아가기도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을 지우지 않는 것이다. 불구대천의 원수가 될 일도 아닌데도 마음의 응어리를 풀지 않고 그냥 가슴에 채워놓는다. 그렇게 차디찬 응어리가 마음에 들어차 있으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되면 그런 작은 원망들은 봄바람에 날려 보내는 게 어떨까.

가슴을 내리 누르던 응어리들을 물러가는 겨울바람에 실어 떠나보내는 것이다. 겨울에 힘겹게 움츠리고 살았던 사람들에게 이제 새로운 생명력으로 살아나라고 봄이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틀리지 않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우주의 이치이다. 몸도 마음도 자연의 흐름을 따라가면 병이 생기지 않고 탈이 나지 않는다. 우수 뒤의 얼음처럼 응어리진 마음을 녹여내고 희망의 봄을 맞이할 때이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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