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샤머니즘과 역학

샤머니즘이라는 말은 샤먼 즉 무당이 신(神)과 교감을 하며 그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종교현상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무속이라고 하는데 초자연적인 존재나 자연의 어느 대상을 신으로 삼아 종교의례를 집행하기도 한다. 관련 연구자들에 의하면 무속이라는 말이 생긴 건 조선시대라고 하는데 그 이전에는 무교라고 했으나 조선 때 유교의 선비들이 격을 낮추기 위해 무속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무속이 아닌 무교로 불렸던 것은 종교적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무속이 전통적 역사적으로 인정받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한민족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함께 이어져온 무속은 자연스럽게 우리민족의 정신세계 속에 자리를 잡았다. 무속의 의식이었던 굿 춤 소리 등은 전통문화의 한 갈래가 됐다. 이렇게 유전자처럼 새겨져 있는 무속은 우리의 몸 마음과 굉장히 친숙하고 떼려고 해도 떼기 힘든 관계가 됐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아가는 중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무속을 찾아간다. 기업가 권력자 정치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일반인은 물론이려니와 기업가 권력자들이 급할 때 찾는 것은 무속과 역학이 대표적이다.

역은 우주론적 철학을 바탕으로 한 건재한 이론이다. 역이 말하고자 하는 건 운명과 변화이다. 국가 사회 한 사람이 걸어가는 앞길에 어떤 일이 있을 것인지를 보여준다. 우주론적 측면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쉴 새 없이 변한다는 것이고 그 변화들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알려준다. 운명과 변화 역은 그에 대한 충분한 답을 오래전부터 주었고 그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갔다. 권력 중에 가장 큰 권력을 지닌 왕들도 무속의 힘을 빌렸다는 건 역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만큼 무속의 가치와 효험이 인정받았던 것이다.

‘고려사’를 보면 현종12년인 1021년 왕실에서 무당을 모아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다. 인종 때는 300명에 달하는 무녀들에게 기도를 하게 했다고 한다. 무속을 낮게 여겼던 조선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다. 세종 2년 대비의 병이 악화되어 별세하자 무당을 불러 제사를 지내게 했다. 연산군 때는 무녀들이 궁중에서 자주 굿을 했다고 한다. 활인원(活人院)이라는 기구를 두고 무당들로 하여금 전염병 치료도 하게 했으니 왕실의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다. 역사 속의 사례를 보면 기업가들이나 권력자들이 무속이나 역학을 찾는 건 운명과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기업가는 자신의 결정 하나로 기업의 명운이 결정된다. 자칫하면 한 번의 판단이 기업전체를 흔들리게 할 수도 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다. 마음을 털어놓고 밥 한 끼 편하게 먹을 대상도 드물다. 높은 자리의 주변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와 비슷하다. 가까이 가면 태양의 열기에 타 죽고 멀어지면 열기가 사라져 얼어 죽는다.

기업가는 그렇게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을 철저히 지키는 사람들에게 갇혀있는 셈이다. 그러니 최고의 자리에 있는 기업가들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들도 일반인들처럼 자신의 운명과 변화가 궁금하다. 일반인들은 일상적 상담을 하는 것이고 기업가나 권력자들은 더 큰 문제들을 상담하는 것일 뿐이다. 피흉취길(避凶就吉) 각자의 운명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보여주고 흉한 일은 피할 수 있도록 대비하게 해주고 좋은 일들은 받아들이는 방법을 알려준다. 지속적인 자문역으로 두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신(神)이나 역(易)의 본질을 비켜갈수 없는 법이니 더 많이 찾아오는 순환현상이 벌어진다. 

김상회 (사)한국역술인협회 중앙부회장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