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홍상수 감독, '우디 앨런식 스캔들 돌파' 통할까

홍상수 감독의 신작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화제다. 영화가 출품된 베를린국제영화제 측을 통해 그 내용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해외에서 유부남과의 관계로 괴로워하던 여배우가 강릉 바다를 헤매며 인생과 사랑에 대해 고민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홍 감독 본인 스캔들과 판박이로 맞물린다. 거기다 주연배우는 하필 스캔들 당사자인 김민희다. 이쯤 되면 고의로 논란을 일으키려 기획됐다는 인상이다.

비록 스캔들에 시달리긴 했어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홍상수 정도 예술가가 왜 이렇게 무모한 기획을 시도해야 했을까. 그런데 알고 보면 이는 사실 의외도 아니고 무모한 것도 아니다. 사반세기 전 똑같은 방법론으로 스캔들을 돌파했던 또 다른 해외 영화작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뉴욕의 지성’으로 불리는 미국영화감독 우디 앨런이다.

당시 우디 앨런은 사실혼 관계였던 여배우 미아 패로의 한국계 입양아 순이 프레빈과의 연인관계가 폭로돼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법적으론 문제될 것 없었지만 도덕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다 스캔들 와중에 공개된 자신의 연출작 '부부일기'가 함께 화제를 모으게 된다. 내용 중 본인 사생활을 반영한 것이라 여겨지는 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문학교수가 부부갈등으로 고민하다 자신을 존경하는 어린 제자와 불륜을 벌인다는 대목이다. 부인 역을 맡은 배우는 하필 미아 패로였다.

신기하게도 '부부일기' 공개와 함께 추락했던 우디 앨런의 이미지는 갑작스레 회복되기 시작했다. 삶과 예술이 동일시된 특별한 인물로서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봐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부부일기'는 그해 아카데미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됐고 화제성에 힘입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재미를 본 앨런은 수년 뒤 입양아 소재를 다룬 '마이티 아프로디테'까지 내놓았다.

홍상수는 여러 측면에서 우디 앨런과 자주 비교되던 감독이다. 일단 도시 지성인들의 민낯을 드러내 보여준다는 중심 콘셉트가 같다. 인물과 상황의 부조리함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블랙유머 성격도 유사하다. 홍상수가 늘 비교되던 앨런 사례를 참고한 게 맞는 진 알 수 없지만, 그런 긍정적 효과가 나오길 기대할 수도 있는 건 사실이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사회분위기가 다르다. 미국선 이제 거론조차 안 되는 우디 앨런-순이 프레빈 스캔들도 한국에선 여초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으로 여전히 거론되며 비난받고 있다. 그러나 어차피 홍상수 영화는 대중영화가 아니다. 그의 영화를 인정하고 지지해오던 소수 관객층으로부터만 동의를 얻고 인상을 남기면 될 일이다. 그가 중요시 하는 해외영화제들도 마찬가지다. 이 ‘우디 앨런식 돌파전략’이 먹힐 수도 있으리란 예상이다. 이런 식 삶과 예술이 혼재된 열혈예술가 선언은 늘 ‘그 계통’에서 반응이 좋다. 하여간 홍상수는, 자기 사생활 관리는 어떨지 몰라도, 커리어 관리 하나는 늘 똑똑했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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