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우리은행 뒤로 숨은 WKBL '그림자'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우리은행의 우승 뒤에 숨겨진 WKBL의 어두운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나고 있다.

여자프로농구 2016∼2017시즌 향방은 벌써 결정났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27일 삼성생명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24승1패를 기록, 역대 최소 경기 신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정규리그 5연패의 위엄이다. 우리은행 우승의 요소를 살펴보면,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팀을 장악하는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고, 박성배, 전주원 코치가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지도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맏언니 임영희 양지희의 투혼, 에이스 박혜진의 맹활약, 그리고 외인 존쿠엘 존스와 커리의 건실한 플레이가 조화를 이뤘다. 여기에 최은실, 김단비, 홍보람, 이은혜가 적재적소에서 제 몫을 해줬다. 여기에 탄탄한 조직력은 우리은행에 역대 최강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다만, 우리은행의 우승 뒤에 숨겨진 WKBL의 그림자에 대해서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바로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구단의 전력 하향 평준화이다. 3일 현재 순위표를 살펴보면, 우리은행은 승률 9할이 넘는 독주 체제를 펼쳤으나, 2위 삼성생명부터는 5할 승률 힘겨운 모습이다. 우리은행과 5개 구단의 전력 차이가 양극화 흐름이다.

세부 기록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 6개 팀 중 경기당 평균 70점대 득점, 50점대 실점하는 팀은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반면 5개 구단은 모두 평균 60점대 득·실점을 기록 중이며, 심지어 실점이 득점보다 많다. 골득실이 5개 구단 모두 마이너스라는 뜻이다.

턴오버 부문에서는 더 극명하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26경기를 치러 272개의 실책을 기록, 경기당 평균 10.46개를 찍었다. 6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200개대 기록으로 최저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5개 팀은 모두 300개가 넘는 턴오버를 기록했다. KDB생명이 352개, 경기당 평균 13.58개로 최소 실책 2위에 올라 있고, KB국민은행은 394개, 경기당 평균 15.15개로 이번 시즌 가장 많은 실책을 기록 중이다. 우리은행과 100개를 넘어선 기록 차이다.

지난 2일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전은 양극화 현상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날 KEB하나은행은 경기 종료 직전 쏜튼의 극적인 결승골을 앞세워 55-53으로 승리했다. 단순히 최종 스코어만 두고 보면 숨막히는 접전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라면 ‘숨막히는 졸전’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일단 양 팀은 이날 총 27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KEB하나은행은 10개의 실책을 저질렀고, 신한은행은 17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기록지에 표시되지 않은 드러나지 않은 실책도 상당수였다. 경기 흐름이 40분 내내 뚝뚝 끊겼다. 야투 성공률도 실망스러웠다. KEB하나은행은은 3점슛 성공률 19%(21개 시도 4개 성공), 2점슛 성공률 49%(39개 시도 19개 성공)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3점슛 성공률 23%(22개 시도 5개 성공), 2점슛 성공률 41%(32개 시도 13개 성공)을 기록했다. 자유투는 더 참담했다. KEB하나은행은 14개를 시도해 단 5개만 림을 통과했다. 자유투 성공률 50%도 넘기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22개를 시도해 12개를 성공시키며 55%를 기록했다. 최악은 2쿼터였다. 신한은행은 2쿼터를 시작해 4분이 넘도록 단 1점도 올리지 못했고, 2쿼터 2분24초 김단비의 3점포가 터지기 전까지 야투 득점이 전무했다. 자유투로만 4점을 올렸다. KEB하나은행 역시 2쿼터 단 7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두고 격돌한 3∼4위의 맞대결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답답한 경기였다.

이는 한국 여자농구의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 이날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코트의 선수, 코칭스태프, 그리고 코트 밖의 구단 관계자 모두 승리를 염원하며 힘을 쏟았다. 그러나 전력 하향 평준화, 자세히 설명하자면 선수들의 기본기 저하를 막을 길이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곧바로 프로 무대에 오르는 여자프로농구의 구조상 당연한 일이다. 또한 학교 스포츠 개개인의 기본기보다는 팀 성적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한 감독은 “공격은 누구나 잘한다. 그런데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비를 잘 해야 한다”며 “프로에 갓 들어온 선수들은 수비 기본기가 너무 부족하다. 기본기를 다시 익히는 2∼3년은 분명 힘든 시기이다. 이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농구판을 떠나는 선수가 많아져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번 시즌 WKBL의 흐름은 분명 한국 농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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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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